‘야신’ 김성근 감독과 김광현의 사제지간 대결에서 김성근 감독이 제자 김광현에 승리를 거뒀다.
지난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가 9회 말 김경언의 역전 끝내기 안타로 7-6으로 승리했다.
한화는 5-6으로 뒤지던 9회 말 2사 만루에서 김경언의 역전 끝내기 2타점 적시타로 승부를 뒤집어 SK에 2연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SK와 한화의 경기보다 ‘스승’ 김성근과 ‘제자’ 김광현의 맞대결로 야구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이 SK를 떠난 후 처음 갖는, 그것도 애제자 김광현과 맞붙는 드라마 같은 경기였다.
이날 극적인 9회 말 끝내기 역전승으로 한화 팬들은 김성근의 야구를 중독성 강한 ‘마약야구’라 불렀고 한화 이글스에는 ‘마리한화’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결국 김성근 감독과 SK 김광현의 사제지간 승부는 스승인 김성근 감독의 승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극적인 역전승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그라운드로 나온 김성근 감독은 여느 때와는 달리 SK 더그아웃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애제자 김광현을 보기 위해서였다.
김광현 역시 더그아웃을 나서며 김성근 감독을 바라보았다.
‘이긴’ 스승과 ‘진’ 제자의 눈길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애잔한 기류가 형성됐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하지만 이날 김성근 감독과 김광현에게는 냉정보다는 사제지간의 애정이 먼저였다.
그렇게 애틋하게 김광현을 바라보던 김 감독은 풀죽은 제자를 뒤로하고 선수들을 격려한 후 팬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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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후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각본 없는 드라마 같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제자를 이긴 스승의 미안함이 더 크게 자리 잡았을 김성근 감독.
이 순간만큼은 ’야신’이 아닌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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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시작되면서 김성근 감독은 더그아웃에 앉아 김광현의 역투를 말 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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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가 6-5로 앞서가던 9회 말, 한화 감경언이 "마약야구"의 진수를 보여주는 역전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쳐 김성근 감독에게 2연승을 선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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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적인 역전승으로 기뻐해야할 김성근 감독은 더그아웃을 나와선 한동안 말없이 SK 더그아웃을 바라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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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적인 역전승의 기쁨보다 제자의 아픔을 먼저 생각해서일까. 김성근 감독은 한동안 제자 김광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긴" 스승과 "진" 제자 사이에 애잔한 기류가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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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현은 그렇게 스승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짧은 미소로 화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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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한 제자를 뒤로하고 2연승을 선물한 한화의 새 제자들을 격려하는 김성근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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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
[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 김재현 기자 / basser@mae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