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패장도 말없이 떠난 한판이었다. 4점 차 리드도 못 지키며 허탈한 패배. 넥센과 악연의 꼬리를 또 못 끊었다. 건진 게 있다면 1군 복귀 후 100% 출루(3타수 3안타 1홈런 2볼넷) 중인 김원섭. 등판한 투수마다 깨졌던 마운드에선 유창식이 ‘핫 피플’이었다.
유창식이 KIA 유니폼을 입고 데뷔 무대를 가졌다. 1군 등록 첫 날, 곧바로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등번호 49번이 새겨진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예고된 등판이었다. 미래의 좌완 선발로 꼽고 지난 6일 트레이드 영입을 했지만, 임시 보직은 불펜이었다. 지난 7일 첫 불펜 투구를 가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창식의 60개 공을 지켜본 이대진 투수코치는 ‘오케이’ 사인을 했다. 당장 실전에 쓸 수 있다는 판단. 그리고 9일 1군 엔트리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대로 실행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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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식은 KIA 이적 후 첫 등판이었던 9일 목동 넥센전에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사진(서울 목동)=김재현 기자 |
강렬한 임팩트라고 하긴 그랬다. 최고 구속은 145km였으며, 타자의 기를 죽일 정도로 압도적이진 않았다. 그런대로 괜찮았던 투구라는 평가가 알맞을 듯.
하지만 그게 중요했다. KIA는 유창식의 첫 등판과 관련해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운데 내보내겠는 것. 김기태 감독은 등판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상황에 따라’라고 했다. 유창식이 투입된 8회는 KIA가 5-7로 뒤진 상황이었다. 마지막 반격 기회를 남겨놓긴 했지만, 1점 차 리드 같은 크게 부담스런 상황은 아니었다.
유창식은 2011년 프로 입문 이래 큰 기대를 받았으나 그에 부응하지 못했다. 주눅이 들어 제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다는 평도 있다. 때문에 고향팀에서 뛰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평정심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유창식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했다. 연이은 호투는 가장 좋은 ‘약’일 터.
때문에 유창식의 첫 등판 ‘환경’에 꽤 신경을 썼다. 그리고 유창식은 첫 호출에 응답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돌. 이대진 투수코치는 ‘첫 등판’이 고비라고 했다. 처음만 잘 하면, 탄력을 받아 잘 던질 수 있다는 것. 그 고비를 넘겼다. 한 단계 통과. 현재가 아닌 다음을 위한, 만족스러운 첫 등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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