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이상철 기자] 롯데와 KIA의 시즌 5차전도 결국 불펜 싸움이었다. 두 팀은 효력 없는 선발카드를 접고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했다. 누가 더 오래 버틸지 혹은 누가 더 빨리 무너뜨릴지. 지난 4번의 힘겨루기와 다르지 않았다.
그 동안은 선발투수끼리 겨루며 승부를 ‘후반’으로 끌고 갔다. 8명의 선발투수는 실점이 많든 적든 예외없이 최소 5회는 책임졌다. 그리고 승부처는 후반이었다. 누구의 뒷심이 더 센 지가 승자와 패자를 가렸다.
2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다섯 번째 승부는 흐름이 조금 달랐다. 롯데나 KIA나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했다. 설사 그럴 수 있다고 염두에 뒀겠지만 예상보다 빨랐다. 박세웅(롯데)은 1회에, 임준혁(KIA)은 3회에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렸다. 누가 낫다고 하기 어려울 수준. 딱 3이닝만 합작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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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의 홍건희는 20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이닝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 재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하루 전날 투수 3명이 1이닝씩을 돌아가 막으며 개운한 뒷맛을 보여줬던 롯데 불펜. 롯데 두 번째 투수 이정민은 3회까지 안정감이 돋보였다. 그러나 조금 더 길게 끌고 간 게 화근이었다.
이정민은 4회 1사 후 갑작스레 제구 난조를 보이며 3연속 볼넷을 내줬다. 폭투도 두 차례 범했다. 그 위태로운 가운데 강공을 택했으나 김주찬에게 2타점 2루타 허용. 이정민이 맞은 유일한 피안타였지만 가장 뼈아픈 한방이었다. KIA의 5-4 재역전.
4회 이후 홍건희와 홍성민의 호투 속에 롯데와 KIA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들이 내려간 뒤 진짜 승부, ‘후반’ 불펜 싸움이 펼쳐졌다. 잠잠하다가 다시 불이 붙었다.
3점 차 리드를 못 지켰던 KIA 불펜은 ‘여진’이 남아있었다. 7회 롯데에 추격을 허용하며 1사 만루에 몰린 것. 그러나 임재철을 병살로 유도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반면, 롯데 불펜은 좀 더 버티지 못했다. 이성민과 심수창, 필승조를 투입할 수 없는 가운데 7회와 8회, 9회, 매번 위기를 자초하더니 잇달아 1점씩을 내줬다. 따라잡는 과정에서 상대가 도망가게 놔두니 간극이 좁혀질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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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자이언츠는 2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홍성민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불펜이 흔들렸다.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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