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1명의 천적에게 기를 못 펴는 최강자란 어울리지 않는다. 삼성 라이온즈가 1승보다 더 값진 ‘니퍼트 공포증 탈출’이라는 귀중한 수확을 얻었다. 향후 페넌트레이스를 진행하는데 있어서도 큰 자신감을 얻었다.
삼성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정규시즌 경기, 선발 장원삼의 호투와 타선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6-1, 완승을 거뒀다. 시즌 26승(16패)째를 거둔 삼성은일주일만에 1위 자리도 복귀했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니퍼트를 극복했다는 점이었다. 니퍼트는 이날 전까지 역대 삼성전 19경기에 출전해 13승1패 평균자책점 2.33(127⅓이닝 33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었던 최고의 킬러. 특히 2013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전에서 8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그랬던 니퍼트를 상대로 6이닝 동안 8개의 안타로 두들겨 4득점을 뽑고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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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경기 종료 후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오랜만에 니퍼트를 상대로 이겼다. 선수들이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을 텐데 다음에도 니퍼트를 만나서 자신 있게 임했으면 한다”고 했다. 특히 이날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이흥련과 투런 홈런으로 힘을 보탠 구자욱을 칭찬했다. 류 감독은 “포수 이흥련 카드가 성공적으로 작용했고, 구자욱의 추가홈런이 큰 역할을 한 경기였다”는 경기 소감을 밝혔다.
선수들 역시 큰 자신감을 얻었다. 역시 이날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의 좋은 활약을 한 박석민은 “오늘 못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선 것이 주효했다”면서 “실제로 니퍼트기 때문에 ‘오늘 안타를 못 치거나 1개만 칠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마음을 비우고 공보고 공치기를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제구력과 구위가 모두 좋은 니퍼트이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다가는 오히려 당할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었다.
박석민은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 타석에 들어서면 당연히 안타를 치고 싶고 큰 것을 때리고 싶다. 다만 마음가짐 자체는 결과에 대한 부담감을 지우고 그렇게 타석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큰 자신감도 얻었다. 특히 6회에는 날카로운 2루타로 쐐기 타점을 올리며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박석민은 “아직 타격감 자체는 그렇게 좋지 않다. 하지만 다음 니퍼트를 마나도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치겠다”며 달라질 천적 상대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날 선발 마스크를 쓰고 2회 니퍼트에게 깜짝 적시 2루타를 때린 이흥련은 “주자 상황이 어떤지를 신경 안쓰고 투수에게만 집중해서 쳤다”면서 “2군에서부터 타격감이 괜찮았다. 1군 올라와서도 페이스가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니퍼트 상대 전략에 대해서는 “예전에 니퍼트와 대결했던 기억을 떠올리려고 했다. 엄청 낮게 보이는 공이 다 스트라이크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볼카운트 싸움에서 안 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마음가짐을 갖고 들어선 이날의 전략들이 모두 주효하게 먹혀들었다. 역시 3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 1도루의 만점 활약을 한 박한이는 경기 전 對 니퍼트 전략으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공략법을 알려줬다. 박한이는 “한 코스와 지점을 노리고 타격을 해야 한다”면서 “워낙 공이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짧게 스윙을 한다는 생각으로 간결하게 쳐야한다”며 니퍼트 공략법을 설명했다. 이어 “컨트롤도 좋고 구위도 좋고, 코너워크도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면 안된다”고 강조하며 “타석에서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못 칠 수도 있다. 너무 부담감을 가지고 타격을 하는 것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이날 박한이는 자신이 밝힌 공략법을 그대로 실행하는 모습. 선배의 노하우를 들었을까. 삼성 타자들 역시 니퍼트를 효과적으로, 또 자신감있게 상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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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올해는 훌륭한 스타트를 끊었다. 두산전 3연승에, 니퍼트마저 깼다. 단순히 1경기 승리지만 삼성이 좋은 흐름 속에 큰 자신감을 갖고 향후 두산전을
‘천적’의 존재는 단순히 1명의 상대 선발 투수 이상. 삼성이 스스로의 공포증을 극복 하며 1승 이상의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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