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박지성(34)에게 불과 엊그제만 해도 5월 22일은 자신의 프로축구 경력에서 가장 잊고 싶은 날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7년이 지나자 5월 22일은 인생 최고의 영광과 행복을 누린 날이 됐다.
박지성의 친정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2일 “홈구장인 ‘올드 트래퍼드’에서 오는 6월 14일(현지시간) ‘맨유 레전드’와 ‘바이에른 뮌헨 올스타’의 이벤트경기가 있다”고 공지했다. 박지성은 ‘맨유 레전드’의 일원으로 ‘올드 트래퍼드’ 잔디를 밟게 됐다. 아틀레틱 클루브와의 2011-12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2-3패)에서 61분을 소화한 후 1194일 만에 맨유 소속으로 뛰게 된다.
맨유는 2014년 10월 2일 박지성을 ‘글로벌 앰배서버’로 임명했다. ‘맨유 레전드’ 선정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2015년 5월 22일이 채 끝나기 전에 ‘박지성 재단’이라고도 불리는 ‘(재)제이에스파운데이션’은 페이스북 공식계정을 통하여 박지성 이사장의 배우자인 김민지(30)가 임신 4개월에 접어들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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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이 ‘맨유 레전드’ 소속으로 ‘뮌헨 올스타’와 대결한다. 사진=맨유 재단 트위터 공식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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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의 배우자 김민지(왼쪽)가 임신 4개월에 접어들었음이 공식발표됐다. 사진=(재)제이에스파운데이션 페이스북 공식계정 |
이처럼 박지성에게 2015년 5월 22일은 축구선수로의 활동하던 시절의 가치를 인정받은 명예로운 날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됨을 축복받은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됐다. 그러나 2008년 5월 22일, 현지시간으로는 21일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당시 맨유는 첼시 FC와의 2007-0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120분 1-1 이후 승부차기 6-5로 우승을 쟁취했다. 전신인 ‘유러피언 챔피언클럽스컵’까지 포함하면 창단 후 3번째 챔피언스리그 정상 등극이다. 그러나 AS 로마와의 준준결승과 FC 바르셀로나와의 준결승까지 4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중용됐던 박지성은 18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해당 시즌 박지성은 고질적인 무릎 문제로 챔피언스리그 F조 6경기 모두 명단에서 제외됐다.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후에도 올랭피크 리옹과의 16강에서 1차전은 명단에서 빠졌고 2차전은 교체대기 7인에 포함됐으나 벤치에 앉아만 있었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준준결승~준결승에서 왕성한 활동량과 악착같은 수비를 펼치는 박지성과 함께 맨유는 단 1골도 허용하지 않은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바르셀로나 간판스타 리오넬 메시(28·아르헨티나)를 태클로 저지하는 장면은 아직도 이야기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기준으로 시즌 일정의 52.6%를 부상으로 날리고도 인상적으로 복귀한 박지성.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알렉스 퍼거슨(74·스코틀랜드) 맨유 감독은 박지성을 교체대기 선수에도 포함하지 않았다. 박지성이 빠진 맨유는 16강 2차전부터 이어진 무실점 행진이 결승전에서 중단됐으나 우승에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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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가운데)이 2007-08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첼시와의 결승전 18인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왼쪽은 테베스, 오른쪽은 에브라. 사진(러시아 모스크바)=AFPBBNews=News1 |
그러나 인간사는 새옹지마라고 했다. 악몽 같던 7년 전의 기억을 날려버리고도 남을만한 빛나고 행복한 일이 가득했던 박지성의 2015년 5월 22일은 많은 이에게 교훈이 될만하다. 고난과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노력했기에 얻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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