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 안준철 기자] “저는 이승엽 선배를 우러러 보는 존재죠.”
KBO리그 통산 400번째 홈런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의 공식 후계자는 겸손했다. 이승엽의 공식 후계자는 바로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다.
이승엽은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시즌 경기 3회 2사 주자없는 상황 구승민의 2구를 공략해 우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KBO개인 통산 400호 홈런이었다. 일본에서 뛴 8시즌을 제외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 대단하다. 경기 후 이승엽은 ‘향후 400홈런이 가능한 선수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고민 없이 곧바로 “박병호 선수가 해외 진출을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400홈런의 후계자로 박병호를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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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호와 이승엽. 한시대를 풍미한 거포들의 만남은 1루에서 자주 이뤄진다. 박병호의 수비 포지션이 1루이기도 하지만, 이승엽이 1루수 미트를 낄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 이승엽이 박병호에게 조언을 건낸다. 이 두 거포의 조우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가장 흐뭇한 장면 아닐까. 사진=MK스포츠 DB |
이승엽과 정확히 열 살 차이가 나는 박병호는 2005년 데뷔해 현재까지 통산 172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프로 커리어에서 홈런포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때는 넥센 이적 후인 2012년부터다. 이 시즌부터 1군 풀타임 생활을 했고,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지난해는 52개의 홈런을 만들어냈다.
박병호는 “나도 내 통산 홈런 개수를 몰랐는데, 이번에 이승엽 선배 400홈런 카운트가 되면서 내 기록까지 언급돼 알게됐다”며 “솔직히 계산을 해봤는데,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라며 재차 겸손하게 말했다. 산술적으로 박병호가 10년 더 선수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 한 시즌에 30개씩만 기록해도 400개는 훌쩍 넘고 500개에 가깝게 된다. 그래도 박병호는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 중에는 이승엽 선배 기록을 깰 만한 선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병호는 “사실 이승엽 선배와 같은 선수라기 보다는 내가 팬 입장이다. 감사하게도 조언을 해주실 때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15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박병호는 19개로 홈런 1위에 올라있는 에릭 테임즈(28·NC 다이노스)와 4개차다. 그는 “지난해 50홈런을 쳤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다. 박빙의 상황에서 4번타자
올 시즌이 끝나면 구단 동의 아래 해외진출을 할 수 있어, 박병호는 여러 가지면에서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나는 목표가 홈런왕이 아니다”라며, 마치 주문을 외우듯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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