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아시아축구는 1년 전 브라질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3무 9패 9득점 25실점. 한국과 일본, 호주, 이란 등 4개국은 1승도 못 하고 각 조 최하위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한국 3패-UAE 3패) 이후 24년 만에 무승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결과 뿐 아니라 내용도 엉망이었다. 그냥 약체였다. 아시아축구의 몰락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달라진 건 없었다. 조금은 좁힌 것 같았던 간극은 보다 벌어졌다. 아주 멀리. 성인축구 뿐 아니라 청소년축구에서도 그 차이가 꽤 컸다.
뉴질랜드에서 개최된 2015 U-20 월드컵에서 아시아축구는 또 한 번 시련을 겪었다. 2015 U-20 월드컵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처음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 국제남성대회다. 아시아축구의 명예회복을 꿈꾸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우승국 카타르를 비롯해 북한, 우즈베키스탄, 미얀마가 참가했다. 한국, 일본, 중국, 호주, 이란, 이라크를 이겼던 ‘사인방’이다. 그 경쟁력은 아시아에서나 통했다. 수준이 달랐다.
![]() |
↑ 한국은 안익수 감독 체제로 2017 U-20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앞선 대회인 2015 U-20 월드컵에서 드러난 아시아축구의 몰락은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게 크다. 사진=MK스포츠 DB |
AFC U-19 챔피언십 우승국 카타르와 준우승국 북한도 망신을 샀다. 3패로 동네북 신세였다. 헝가리(1-5), 나이지리아(0-4)에 농락당했던 북한은 지난 7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브라질에게 0-3으로 완패했다. 카타르도 포르투갈, 콜롬비아, 세네갈의 틈바구니에 껴서 힘 한 번 못 썻다. 카타르와 북한은 1골씩만 넣었는데 조별리그 최소 득점 1위다. 승점 자판기, 망신이 따로 없다.
체면치레를 한 건 우즈베키스탄이다. 유일하게 16강에 올랐다. 그런데 운이 상당히 좋았다. 우즈베키스탄은 2패 후 지난 7일 피지를 3-0으로 꺾고 ‘승점 3점’ 만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우즈베키스탄, 온두라스, 피지(이상 1승 2패)가 서로 물고 물린 덕이다. 우즈베키스탄의 골득실 차는 –1이었다. 각 조 3위 중 상위 4개국에게 16강 진출 티켓이 주어지는데, 그 턱걸이(헝가리 1승 2패 6득점 5실점)보다 성적이 나빴다.
월드컵과 달리 U-20 월드컵에서는 경쟁력을 펼쳤던 아시아축구다. 2013년 대회에서 이라크가 준결승까지 진출했으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8강에 올랐다. 2011년 대회에는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16강 무대를 밟았으며, 2009년 대회에는 한국과 UAE가 나란히 8강을 갔다.
우즈베키스탄이 16강에 오르며 토너먼트 배출 명맥을 이어갔지만 지난 대회와 비교하면 한없이 초라한 성적표다. 1승 11패 10득점 39실점. 뉴질랜드에서 아시아축구의 초라한 현실이 다시 한 번 들춰졌다. 1년 전보다 더 참담하면서 창피한 성적표다. 몰락한 아시아축구의 재건은 쉽지 않다. 뿌리까지 경쟁력을 잃었다. 지난 1년간 노력하고 성장했겠으나, 세계축구의 성장 속도보다 훨씬 느렸다.
연이은 아시아축구의 몰락은 의미하는 게 크다. 세계축구의 흐름에 점점 뒤처지고 있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U-20 월드컵의 차기 개최지는 한국이다. 2003년 대회(UAE) 이후 아시아에서 14년 만에 열린다. 창피함만 가득했던 이번 대회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한국은 2014 AFC U-19 챔피언십에서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카타르, 북한, 미얀마, 우즈베키스탄에게 손가락질을 할 입장이 아니다.
한국은 손님상만 거하게 차려줬던 주인 신세를 2007 U-17 월드컵을 통해 경험했다. 그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그 준비과정에서 이번 대회의 중간 결산만으로도 현주소를 느꼈다. 더 나아가야 한다. 이 속도로는 안 된다. 한국
※아시아의 2015 U-20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성적표
미얀마 | A조 4위 | 3패 2득점 13실점
카타르 | C조 4위 | 3패 1득점 7실점
북한 | E조 4위 | 3패 1득점 12실점
우즈베키스탄 | F조 2위 | 1승 2패 6득점 7실점 *16강 진출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