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첫 골을 터뜨린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를 비롯해 정우영(빗셀 고베), 이주용(전북 현대), 주세종(부산 아이파크)은 11일 A매치 데뷔 무대를 치렀다. 평가도 좋았다. 이들은 기존 ‘태극마크 선배들’과 3-0 승리를 합작하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그 승리에도 웃지 못한 이가 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말레이시아에서 함께 땀을 흘렸던 강수일(제주 유나이티드)이다. 강수일 또한 이들과 함께 A매치 데뷔의 꿈을 꿨다. 하지만 이루지 못했다. 남의 탓이 아니다. 스스로 부주의가 부른 ‘화’다.
프로축구연맹은 11일 강수일의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을 발표했다. 지난달 무작위 추첨에 걸려 실시한 도핑테스트 결과가 지난 10일 나왔는데,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양성 반응이었다.
강수일은 콧수염이 나지 않아 발모제를 발랐다고 했다. 수염 발모제는 흔하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만 입력해도, 관련 상품이 쏟아지며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보통 무모증과 빈모증을 위해 출시된 제품인데, 메틸테스토스테론이 함유돼 있다. 스테로이드의 일종으로 운동선수에겐 상시금지약물이다.
보통 세안 후 발모제를 바르는데 피부에 스며들 수밖에 없다. 주의약물 부주의 사례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과거 사이클 선수가 얼굴에 남은 흉터에 발랐다가 도핑테스트에 적발되기도 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홈페이지만 살펴도 쉽게 알 수 있다. 뉴스만 검색해도 과거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 제품은 의약품이다. 치료제다. 먹는 것뿐 아니라 바르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귀찮게’ 여겼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선수는 물론 축구계에도. 연맹은 2009년부터 KADA와 도핑테스트를 실시했다. 7시즌째다. 점차 범위를 넓혀갔으나 지금까지는 청정지대였다. 그러나 강수일이 첫 번째 적발자가 되는 불명예를 낳았다.
강수일은 최종 양성 반응이 아니다. 19일까지 이의를 제기해 B샘플 분석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날 채취한 샘플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당혹스러운 건 강수일 뿐 아니라 제주와 축구계도 마찬가지다. B샘플 추가 분석 요청 시 24일 진행된다. 그때까지 강수일은 경기를 뛸 수 있다. 이 기간까지 제주는 17일 수원 삼성전과 21일 대전 시티즌전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강수일을 뛰게 할 수는 없다.
한창 순위 싸움이 치열한 K리그 클래식에서 제주는 ‘믿었던’ 골잡이에게 한방 당했다. 강수일은 5골로 팀 내 최다 득점 1위다.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으로 1차 위반 시 연맹의 징계 수위는 15경기 출장정지다. 제주는 11일 현재 15경기를 치렀다. B샘플 추가 분석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강수일은 스플릿 라운드 들어서나 그라운드를 누빌 수
한 번의 실수가 평생 손가락질을 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부주의 탓에 슈틸리케호에 다시 승선할 날도 멀어졌다. 강수일은 다문화가정 출신으로 롤모델이 되고 싶어했다. 태극마크를 달았고, A매치 데뷔의 꿈도 눈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그 꿈을 스스로 깨트렸다. 부주의와 불감증으로.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