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자신을 버린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것만큼 통쾌한 건 없을 것이다. 19일 허준혁(25·두산)은 그 꿈을 꿨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는 없었다. 두산 불펜은 그 꿈을 지켜주지 못했다.
허준혁은 2009년 롯데에 입단했다. 하지만 3년간 롯데 유니폼을 입고 64경기를 뛴 뒤 2011년 말 이승호의 보호선수로 SK로 이적했다. 그리고 2년 뒤에는 2차 드래프트로 다시 두산에 새 둥지를 틀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친정팀과 적으로 마주했다. 만남은 총 4번. 5이닝 동안 7실점을 했다. 평균자책점이 12.60에 이르렀다. 지난해 5월 6일 사직 등판(2이닝 11피안타 1피홈런 1볼넷 7실점)은 악몽이었다. 410일 만에 재대결이었다. 이번에 다른 게 있다면 불펜이 아닌 선발투수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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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의 허준혁은 19일 잠실 롯데전에서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친정팀 롯데를 상대로 5번째 등판으로 가장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승리투수가 될 수 없었다. 사진(서울 잠실)=곽혜미 기자 |
하지만 그 비수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었다. 옛 동료들 앞에서 새 동료들이 도와줘야 했다.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 노경은이 뭇매를 맞았으나 다른 불펜 투수들이 안타를 맞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던진 게 소득이다”라고 평했다. 허준혁의 뒤를 잘 받쳐줄 것이라는 믿음이였다.
한 번은 통했다. 허준혁은 1-0으로 앞선 6회 1사 이후 짐 아두치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두산의 빠르고 과감한 투수 교체로 슬슬 정타가 나오면서 위험하다는 판단이었다. 흐름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투수교체는 성공이었다. 바통을 넘겨받은 이현호는 황재균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장타력을 지닌 최준석(삼진), 강민호(1루수 땅볼)를 차례로 아웃시켰다. 허준혁의 승리투수 요건 충족.
그러나 감격스런 롯데전 첫 승의 달콤한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노경은이 아니더라도 두산 불펜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타선이 1점을 더 보태 2-0으로 리드한 7회 3명의 투수가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으나 안타 3개와 볼
스코어 2-2. 허준혁의 승리투수 요건은 날아갔다. 호투 속에 팀을 승리를 이끌어 롯데전 첫 승을 이루겠다던 꿈은 그렇게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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