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 서민교 기자] ‘LG 천적’으로 불렸던 넥센 히어로즈 베테랑 투수 송신영이 공 3개만 던진 채 박용택의 홈런 한 방 뒤 어깨 통증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는 LG 쪽으로 쉽게 기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LG 타선은 침묵했다.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오른 투수 김동준이 LG 타선을 상대로 5⅓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LG는 6회말 선발투수 우규민이 김하성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1-1로 동점까지 내줬다.
답답한 타선은 계속됐다. 7회에는 삼진만 3개를 당했다. 우규민은 7회까지 홈런으로 단 1실점만 내주며 역투했다. 안타 6개를 맞았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 없이 막아내며 투구수도 76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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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 1-1로 팽팽히 맞선 8회초 1사 1루에서 LG 서상우가 넥센 김대우를 상대로 우월투런홈런을 치고 타구방향을 지켜보면서 진루하고 있다. 사진(목동)=김영구 기자 |
타석엔 서상우가 들어섰다. 6회초 정성훈을 대신해 대주자로 투입돼 프로 데뷔 첫 도루를 성공한 무명의 외야수였다. 이날은 지명타자 자리로 들어갔다.
서상우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냈다. 김대우의 2구째 133㎞ 속구를 그대로 밀어 쳤다. 우측 펜스를 넘기는 비거리 110m짜리 투런 아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극적인 결승 홈런이었다. 개인 통산 첫 안타를 홈런으로 기록한 순간이었다.
서상우는 2012년 9라운드 80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 해 6경기에 나서 9타수 무안타 5삼진이 1군 기록의 전부였다. 이후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올 시즌 첫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위기의 팀에 단비 같은 홈런 한 방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LG는 19일 목동 넥센전에서 4-2로 이겼다. LG는 3연승을 달리며 30승(37패1무) 고지에 올라섰다. 우규민은 올 시즌 최다 이닝 투구인 7⅔이닝을 소화하며 2실점 호투로 시즌 3승(2패)을 챙겼다. 이날 리드오프로 출전한 박용택은 1회초 송신영을 상대로 LG 구단 역사상 개인 통산 최다 홈런인 162호 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박용택도 우규민도 아닌 무명의 서상우였다. 더그아웃의 루이스 히메네스가 보낸 홈런 세리머니에 환하게 웃으며 세리머니를 어색하게 흉내내는 모습조차 멋지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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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 1-1로 팽팽히 맞선 8회초 1사 1루에서 LG 서상우가 넥센 김대우를 상대로 우월투런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목동)=김영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