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 투수 정찬헌(25)이 음주운전 사고로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팀 분위기를 어렵게 끌어올리던 LG에 찬물을 끼얹었다. 충격적인 사건이다. 정찬헌이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컸다.
정찬헌은 지난 22일 새벽 1시께 강남구 신사동 사거리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중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내고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찬헌은 소속 구단에 스스로 사실을 밝혔다. LG 구단도 즉각적으로 자체 징계를 내렸다. 3개월 출장 정지에 벌금 100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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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투수 정찬헌이 지난 22일 음주운전 사고로 야구인생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사진=MK스포츠 DB |
LG 구단도 “팬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자체 중징계와는 별도로 프로야구 선수가 지켜야 할 품의를 지키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단 관리에 더욱 노력할 방침”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찬헌의 이번 음주운전 사태는 LG 구단은 물론 팬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겼다. 신뢰와 희망을 무너뜨린 행위였다.
LG는 올 시즌 30승38패1무를 기록하며 9위에 머물러 있다. 주축 선수들이 부진과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추락했다. 하지만 6월 들어 반격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6월 17경기에서는 9승8패로 승률 5할을 넘겼다. 지난 2년간 후반기 반등의 기적을 꿈꾸며 버티고 있었다.
주축은 젊은 선수들이었다. 강제 리빌딩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선수들의 깜짝 활약이었다. 시즌 개막 시나리오가 완전히 뒤틀린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은 그마나 위로가 됐다.
정찬헌은 투수조 젊은 피의 선두 주자였다. 올 시즌 32경기에 나와 44이닝을 소화했다. 베테랑 투수 이동현, 마무리 투수 봉중근과 함께 필승조로 자리매김을 했고, 추격조를 가리지 않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마당쇠였다. 리그 전체에서도 구원투수 부문 최다 이닝 투구 5위에 해당하는 불펜 요원이었다.
양상문 LG 감독도 뒤통수를 맞았다. 양 감독이 올 시즌 가장 신뢰했던 투수가 정찬헌이다. 양 감독은 정찬헌을 봉중근을 이을 미래의 마무리 후보로 낙점하고 키웠다. 시즌 개막 이후 야수조와 선발진이 붕괴된 상황에서도 LG 그리고 양 감독이 버틸 수 있는 힘은 불펜이었다. 양 감독은 “우리의 자랑 필승조”라는 표현까지 썼다.
양 감독은 올해 신년 하례식 자리에서 선수단을 모아놓고 “올 시즌 중 우리 코칭스태프들은 절대 술자리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양 감독의 금주 선언은 선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몸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술을 한, 두 잔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로 새벽까지 시간을 보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 감독의 공개적인 금주 선언에 가장 믿었던 정찬헌이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양 감독으로서는 배신감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정찬헌은 이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LG는 남은 시즌 필승조 붕괴가 불가피해졌다. 정찬
정찬헌은 자신의 야구인생의 오점으로 남을 치명적인 실수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 할 정찬헌이 씻을 수 없는 ‘음주운전’ 꼬리표를 달고 갚아야 할 빚이 크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