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니시노미야) 서민교 기자]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고시엔 구장. 올해로 창립 80년을 맞은 고시엔 구장은 주요 선수들의 이름을 딴 음식을 판매하는데요.
당연히 센트럴리그 세이브 부문 단독 1위에 빛나는 한신의 수호신 오승환(33)의 이름을 딴 음식도 있습니다. ‘오승환의 마무리 냉면’. 고기를 먹은 뒤에 마무리로 입가심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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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인기 음식으로 판매하고 있는 오승환의 마무리 냉면. 고시엔구장 내 복도와 TV 안내 방송에서도 홍보 간판과 영상이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사진(日 니시노미야)=서민교 기자 |
오승환의 마무리 냉면 가격은 850엔(약 7900원).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연봉 3억엔(약 28억4500만원)의 몸값인 오승환보다 연봉 2억5000만엔(약 23억3000만원)인 랜디 메신저의 라멘(1000엔, 약 9300원)이 150엔(약 1400원)이나 비쌉니다. 연봉의 반비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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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시엔구장 내 매점 코너에 있는 판매 점원이 오승환의 마무리 냉면을 건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日 니시노미야)=서민교 기자 |
그렇다면, 마무리 냉면의 내용물을 살펴볼까요? ‘짜슈’라고 하는 돼지고기가 두 점 들어가 있고요, 삶은 달걀 반개와 오이, 콩나물이 들어 있네요. 그리고 한국인 투수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뜬금없이 김치가 들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김치가 들어 있는 냉면은 처음인데요, 오승환 선수와는 의논을 하고 만들었을까요?
하지만 믿을 수 없습니다. 과연 어떤 맛일까요? 오승환의 마무리 냉면. 저도 한국에서 냉면을 참 좋아했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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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환의 마무리 냉면, 정말 맛있어 보이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국물까지 먹었습니다. 사진(日 니시노미야)=서민교 기자 |
고추냉이가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생략하고. 생각보다 맛은 괜찮네요. 약간의 시큼한 맛과 함께 차가운 정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단 냉면의 생명은 면발이죠. 오승환의 마무리 냉면은 우리가 흔히 아는 평양식 냉면과 비슷했습니다. 면발이 굵었죠. 보기와는 달리 나름 쫄깃했습니다. 삶은 계란도 노른자가 약간 반숙된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의문은 김치의 존재입니다. 시원한 국물을 먹으려고 하는데 고춧가루가 눈에 밟힙니다. 사실 비빔냉면도 아닌데 콩나물이 있는 것도 좀 낯설었죠. 그래도 묵묵히 ‘돌부처’처럼 국물을 원 샷! 역시 고춧가루가 바닥에 깔려 있는 게 보기 불편합니다.
오승환의 마무리 냉면만 먹으면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신의 에이스 ‘랜디 메신저의 라멘’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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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환의 마무리 냉면(왼쪽) VS 랜디 메신저의 라멘. 누구의 이름을 딴 음식이 더 맛있을까요. 사진(日 니시노미야)=서민교 기자 |
제가 만약 다음에 또 사서 먹는다면? 오승환 선수가 볼 수도 있으니…. 개인 취향이란 것이 있으니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대신 총평으로 대신합니다. 최근 8명으로 돌아온 걸그룹 소녀시대의 신곡이 나왔죠? ‘Party’라는 곡인데요. 오승환의 마무리 냉면은 이번 신곡처럼 시원했습니다. 하지만 맛이 2% 부족한 느낌었는데요, 9명의 소녀시대에서 제시카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사진 속 오승환 선수는 냉면을 입에 넣지 않고 웃고만 있습니다. 과연 오승환 선수는 자신의 냉면 맛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올 시즌 초반 오승환 선수에게 ‘마무리 냉면 맛’을 물었더니, 대답 대신 의미심장한 ‘돌부처’의 미소만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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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한국의 오승환 팬이라면, 마무리 냉면을 추천합니다. 사진(日 니시노미야)=서민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