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서민교 기자] 일본의 여름은 잔인하다. 무덥고 습해 푹푹 찌는 찜통더위다. 하루 중 가장 뜨거운 낮 1~2시에 야외 경기를 해야 하는 프로야구 선수라면 더위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cm·130kg(프로필)의 큰 체격이라면 어떨까. 그런데 이런 선수가 여름만 되면 무더위보다 더 뜨겁게 살아난다.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있는 ‘빅보이’ 이대호(33·소프트뱅크)의 이야기다. 이대호는 ‘7월의 사나이’로 화끈하게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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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열린 2015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경기가 끝나고 이대호가 동료들과 승리 세리머니 하고 있다. 사진(日 오사카)=천정환 기자 |
이대호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평행선을 긋는 그래프가 수직 상승하는 시기는 대부분 여름이었다. 특히 장타와 결정적 타점이 쏟아지는 불방망이로 돌변한다. 올해도 떨어졌던 컨디션이 7월 들어 무섭게 올라오고 있다.
이대호가 이토록 잔인한 여름을 이겨내는 법은 뭘까. 단지 ‘부산 사나이’이기 때문은 아닐 터. 이대호도 무더위는 싫다. 그는 “4년째 일본에서 뛰고 있지만, 아직도 1~2시에 하는 낮경기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돔구장은 시원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만난 이대호의 대답에는 의외로 특별한 것은 없었다.
이대호는 2011시즌이 끝난 뒤 일본에 진출했다. 이후 꾸준히 체중을 줄이며 일본 무대 적응에 들어갔다. 실제로 눈에 띄게 살이 빠졌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이대호가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아니다. 먹는 양을 어느 정도 줄이긴 했지만 많이 먹지 않을 뿐이다. 이대호는 “야구를 잘하면 빠져 보이고 못하면 쪄 보이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오히려 여름에는 먹는 양을 늘리고 있다. 이대호는 “여름에 잘하는 다른 비결은 없다”며 “물을 많이 마시고 잠을 많이 잔다. 야간경기가 많아지면 살이 더 찌더라. 그래도 더 잘 먹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잘 먹고 잘 자는 것 외에 또 다른 비결은 꾸준한 운동과 강도의 조절이다. 이대호는 “여름에는 체력 관리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그래야 유지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안 다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힘들수록 피하지 않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이대호의 성격이 오히려 더 강한 집중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 전반기 마감을 앞두고 75경기에 나서 타율 3할2푼8리(274타수 90안타) 18홈런 57타점 42득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4할2리)과 장타율(5할9푼9리)의 합산인 OPS도 1.000을 찍었다. 최근 4경기에서는 타율 4할1푼7리 1홈런 4볼넷 7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타격감을 ‘극강’으로 끌어올린 이대호는 “일본 무대 4년 동안 올해가 가장 편한 것 같다”며 뜨거운 여름, 휴가 같은 기분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이대호에게 올해 여름은 마냥 반갑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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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를 날리는 이대호의 시원한 질주. 여름이 오면 이대호는 즐겁다. 사진(日 오사카)=천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