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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5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직후 유도훈 감독과 포웰 |
지난 시즌 전자랜드의 선전은 고비마다 팀의 중심을 잡아준 '외국인 주장' 포웰이 있어 가능했다. 정규시즌 50경기에 출장, 평균 18.3점, 7.7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다운 꾸준한 활약으로 전자랜드의 6강 진출을 이끌었다.
강팀들과 맞붙은 플레이오프에서, 포웰의 활약은 더욱 빛을 발했다. PO 8경기에서 평균 20.9점, 8.9리바운드, 3.6어시스트로 집중력을 쏟아내며 정규시즌보다 오히려 모든 부문에서 기록이 상승한 것. 4쿼터에 더욱 강한 모습, 접전 상황에서도 여려 차례 승부를 좌우하는 클러치 샷을 선보이며 승부사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고, 주장으로서 리더십과 프로의식을 발휘,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전자랜드는 열세로 평가되던 정규리그 3위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3대0으로 스윕이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드라마를 만들었다. 동부와의 4강 PO에서도 5차전까지 동부를 물고 늘어지며 끈끈한 전자랜드의 팀 색깔을 보여줌과 동시에, 동부를 기진맥진하게 만들어 역대 손꼽힐 정도로 재미없는(?) 챔피언 결정전에 일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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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송별회에서 정영삼과 포웰 (사진제공 = 인천 전자랜드) |
단순한 외국인 선수 이상의 역할을 했던 '한국형 용병' 포웰을 KBL에서, 그리고 전자랜드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지난 시즌 개정한 외국인 선발 규정 때문이다. KBL은 다가오는 15-16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를 키 193cm 이하와 이상으로 구분해 각각 1명씩 선발하도록 했다.
포웰의 신장은 프로필 상 197cm, 즉 포웰을 뽑으면 다른 장신 선수는 선발할 수 없다는 말이다. 포웰과 같이 다소 애매한 신장의 전천후 플레이어에게 한 시즌 내내 골밑을 맡기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특히 전자랜드처럼 토종 골밑 자원이 약한 구단은 파괴력 있는 장신 센터의 필요성이 크다. 지난 시즌 전자랜드는 포웰이 주득점원으로 활약하고, 나머지 시간 동안 레더가 골밑을 지켰지만, 만약 전자랜드가 포웰을 뽑는다면 전자랜드는 197cm의 포웰과 193cm 이하 단신 선수로 상대 빅맨을 상대하며 한 시즌을 치러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포웰을 전자랜드에서 다시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아예 없을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전자랜드의 외국인 드래프트 순번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만약 전자랜드가 외국인 드래프트 상위 순번을 뽑는다면, 사실상 포웰이 전자랜드 유니폼을 다시 입을 가능성은 없다.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인 라틀리프 등 높이와 득점력을 가진 검증된 빅맨을 뽑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5순위 이하로 전자랜드의 드래프트 순번이 밀린다면? 이번 외국인 트라이아웃 신청자 가운데 눈에 띄는 빅맨은 한국 무대 경험자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만약 5순위 이하 순번이 걸린다면 다소 기량이 아쉬운 빅맨을 1라운드 뒷순위에서 뽑기보다 신장에 관계없이 남은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선수, 즉 193cm 이하지만 기량이 뛰어난 단신 선수를 먼저 뽑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포웰은 1라운드에 선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1라운드 뒷순위 순번으로 밀린 탓에 단신 선수를 먼저 뽑는다면, 2라운드에서 훌륭한 대안이 될 수는 있다. 불확실한 빅맨보다 포웰을 뽑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른 구단이 1라운드에서 포웰을 선뜻 지명할 가능성은 작다. 2라운드 전자랜드 순번까지 포웰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꽤 큰 상황에서,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빅맨을 뽑는 것보다 한국 무대에서 검증을 마쳤고, 팀에 적응된 포웰을 선택하는 것은 나쁜 카드는 아니다.
물론 전자랜드 입장에서는 1라운드에서 높은 순번을 획득, 외국인 빅맨을 뽑아 골밑을 보강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1라운드에서 낮은 순번이 나온다면, '어중간한 빅맨' + '어중간한 단신 선수' 조합보다는 '뛰어난 단신 선수'+ '포웰' 조합도 고려할만한 카드이다. 특히 포웰의 지명은 4년 동안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던 '포주장'을 그리워하는 인천 팬들의 큰 반향을 일으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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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국 당시 공항으로 배웅 나온 정효근과 포웰 (사진제공 = 인천 전자랜드) |
전자랜드 팬 입장에서는 1순위를 선발해 뛰어난 외국인 빅맨의 지명이 행복할까, 아니면 ‘포주장’ 포웰의 복귀가 행복할까? 지명 순위를 보며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드래프트까지 남은 시간은 8일, 포웰이 다시 전자랜드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광렬 / widepark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