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주(28·KIA)는 네번의 수술을 받은 투수다. 2009년에 팔꿈치, 2011년과 2012년에 손가락 인대에 이어 2013년에 오른 어깨 회전근을 수술했다.
LG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지난 16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 모였던 KIA팬들은 15-1의 대승만큼이나 그가 던진 12개의 공이 뭉클하게 기뻤을 것이다.
한기주는 8회 KIA의 세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지난 2012년 8월16일 LG전에 이어 무려 1064일 만의 등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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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한기주는 어깨 수술후 인고의 재활을 견디고 지난 16일 LG전에서 3년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사진=MK스포츠 DB |
어깨를 다친 투수는 공을 던지면서 세번 아프다. 팔을 들어올릴 때 아프고, 어깨를 제끼면서 아프고, 공을 뿌릴 때 아프다. 수술후 재활에 성공한다는 의미는 이 세번의 통증이 말끔히 사라진다는 거다.
그러니까 1년전 한기주의 불안했던 투구 동작은 많이 아픈 채 던졌던 몸의 기억일 수 있다. 오랫동안 아팠고 그래서 두려웠던 그의 몸은 팔을 충분히 들어 올리지 못했고, 어깨를 시원하게 돌리지 못했으며 충분히 끌고 나와 힘차게 뿌리지 못했다. 재활에 성공한 그의 어깨가 호쾌한 회전을 버틸 수 있음을 스스로 믿고 폼을 교정하면서 한기주는 컴백 마운드를 준비했다.
투수가 어깨에 칼을 댈 때의 심정을 남들은 온전히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희망적인 설명을 들어도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을까 불안하다. 조바심 가득한 재활 과정에서 다시 아픔이 느껴지면 절망한다. 몸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게 수술과 재활이다.
그 아픔을 겪어야하는 투수들은 적을수록 좋다. 점점 줄어야 한다. 그래서 수술 후 재활만큼이나 수술 전 예방에 대해 많은 생각과 연구를 거듭하게 된다.
투수가 어깨를 다치는 대부분의 원인은 ‘과다사용’이다. 어깨와 팔꿈치에 많은 무리가 갔을 때 고장이 나는 것인데, 투구 동작 중 어깨와 팔꿈치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골반의 가동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바로 하체를 이용하는 피칭이다.
요즘 아마추어 투수들과의 레슨에서 나는 골반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면서 하체 중심의 폼 교정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투구 밸런스가 좋아지고 부드러운 파워피칭이 가능함을 관찰하고 있다.
우리 투수들이 흔히 치료와 재활로 부상을 떨치지 못하고 수술에까지 이르는 것은 부상을 늦게 발견하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통증을 참고 던지는 습관이 많기 때문인데 매우 위험한 인내심이다. 투수는 통증이 느껴지면, 기술을 중단하고 정밀검진에 들어가야 한다. 부상을 조기에 발견할수록 부담이 덜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에 권하고 싶은 것은 투구 동작에 대한 ‘정기검진’과 데이터 축적이다. 이제 3차원 동작분석을 통해 투수의 투구 동작은 수치로 계량화될 수 있다. 마치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투구 동작을 분석해 데이터를 쌓아놓으면 우리는 몸이 주는 사인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알아챌 수 있다.
투수의 투구동작은 아픔이 시작됐을 때 변한다. 동작 데이터가 연도별로 축적돼있다면, 부상을 발견하기도 쉽고 부상이 생겼을 때 원인을 찾아내는데도 유용하다. 구단 차원에서 이러한 체크업 시스템의 도입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돌아온 한기주는 예전 우리의 기억 속 ‘파이어볼러’가 아니다. 구속은 10km 이상 줄었고 위력적인 속구는 거의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