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지난 12일 광주 두산-KIA전 4회초. KIA는 4-2로 앞선 가운데 김병현이 데이빈슨 로메로에게 2루타를 맞자, 이대진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3회초 3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에 이은 두 번째였다.
김병현은 이 투수코치에게 공을 건네고 벤치로 향했다. 승부처에 꺼낸 승부수였다. 2점 차를 리드했지만 안타 하나면 1점 차로 쫓기는 상황이었다. 두산은 8월 들어 화끈한 타격을 자랑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초반 15타자가 안타 7개를 쳤다.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도 붕괴 위기 조짐을 보인 터라, 이 고비만 넘기면 ‘승산’이 있어 보였다. 3회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던 김광수가 호출됐다. 선발진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대기 중인 에반 믹의 차례가 아니었다.
김광수는 김재호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좌익수 김원섭의 빠른 홈 송구로 로메로를 잡았다. 5회까지 2이닝 무실점 역투였다. 그 사이 KIA는 4회와 5회 3점씩을 뽑으며 4-2에서 10-2로 멀리 달아났다. 승부는 거기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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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는 12일 광주 두산전에서 4회 김병현의 뒤를 이어 김광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에반 믹은 다음 카드였다. 사진=MK 스포츠 DB |
그러나 에반은 김광수 다음 차례였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김광수에 대한 신뢰다. 김광수는 지난 6일 경기(⅓이닝 4실점)를 제외하고 쾌투를 펼치며 KIA의 오름세를 이끌었다. 셋업맨으로 역할도 커졌다. 최근 선발투수로부터 바통을 건네받는 경우가 많았다. 일주일 동안 쉬면서 힘도 비축됐다.
KIA는 김광수가 급한 불을 끈 뒤 에반이 나서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 혹시 모를 우려 때문도 있다. 에반이 자칫 고비를 못 넘길 경우, 개인이나 팀이나 상처는 생각 외로 커질 수 있다. 불펜으로 보직 재변경 이후 첫 등판을 좀 더 ‘계산’과 ‘배려’를 한 셈이다.
KIA가 4회와 5회 대량 득점을 안 했다면, 에반은 6회 등판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일찌감치 승부가 기울어지면서 에반은 결장했다. 최영필(6회), 홍건희(7회), 박정수(9회)가 뒤를 이어 마무리를 지었다.
한편, ‘불펜’ 에반의 등판이 또 하루 미뤄졌다. 자연스레 KIA의 고민도 현실이 됐다. 13일 광주 삼성전의 선발투수는 조쉬 스틴슨이다. 1경기에 외국인 선수는 2명만 출전이 가능하다. 다른 한 자리를 놓고 브렛 필과 에반을 저울질을 해야 한다.
김기태 감독은 12일 이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했다. 지금껏 큰 고민거리는 아니었다. 에반이 불펜에 있을 때 스틴슨이 선발 등판한 건 3경기였다. 그 3경기에 에반은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등판 일정을 조정했다.
하지만 에반을 불펜 자원으로 분류하면서 이런 고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고민이 큰 변화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 체력 안배를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필은 절대적인 존재다. KIA가 12일 경기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현실적으로 스틴슨 등판 이전 경기에 에반 카드를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자칫 등판 간격이 길어질 수 있다. 에반은 13일 경기까지 건너뛰면, 일주일 넘게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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