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그 옛말이 마음에 걸린 것일까. 김기태 KIA 감독은 22일 한화전을 앞두고 “야구팬이 기대하는만큼 재미있는 경기가 되어야 할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기우였다. 기대 이상이었다. 특급 투수들의 대결은 특급이었다.
양현종(KIA)은 자타공인 토종투수 No.1이다. 7월 들어 다소 주춤하나 12승을 올렸으며 평균자책점은 2.38로 1위다. 가장 짠물을 자랑했다. 양현종이 시즌 내내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면, 후반기 최고 투수는 단연 에스밀 로저스(한화)였다. 쉐인 유먼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한국땅을 밟은 그는 데뷔 무대서 완투승을 하더니 2경기 만에 완봉승을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1.78.
8월 넷째 주말 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빅카드. 5위 자리를 놓고 1.5경기 차인 KIA와 한화가 맞붙는 것도 흥미로운데, 첫 날부터 에이스끼리 충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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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의 에스밀 로저스는 22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쳤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
표 값이 아깝지 않았다. 양현종과 로저스는 ‘에이스’ 다운 역투를 펼쳤다. KIA와 한화 타선은 특급 투수의 공을 공략하는데 애를 먹었다.
KIA의 1번 신종길(10구)과 2번 박준태(8구)는 첫 타석에서 로저스를 괴롭혔다. 하지만 로저스는 묵직한 공에 영리한 경기운영으로 투구수를 줄여갔다(23→12→11→7→18→11→12→10→19).
게다가 4회까지 퍼펙트였다. 로저스를 상대로 안타를 친 타자는 11명(총 90명)에 불과했다. 피안타율이 1할3푼6리. KIA 타자들도 안타 한 번 기록하는 게 참 어려웠다.
양현종도 훌륭했다. 공 7개로 첫 이닝을 마친 그는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3회를 빼고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으나 ‘장타’와 ‘연타’는 없었다. 한화의 타구는 야수의 글러브에 쏙쏙 들어갔다. 양현종은 힘으로 한화 타자들을 압도했다.
양현종은 5회 볼넷과 내야안타를 허용, 2사 1,3루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홈을 밟게 하진 않았다. ‘옛 동료’ 이용규와 1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로저스에 대해 “9회까지 던질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급 투수의 대결은 끝까지 이어질 것 같았다. 그만큼 위력적이었다. 다만 그 막은 9회가 아닌 6회 내려졌다.
양현종이 전반적으로 투구수 조절을 잘 했으나, 5회 이후가 문제였다. 5회에만 36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은 6회 투구수도 많았다. 5회와 같은 36개. 5,6회에만 무려 72개의 공을 던졌다. 126개의 공을 끝으로 양현종은 임무를 마쳤다. 7회부터 에반 믹이 등판했다. 특급 대결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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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의 양현종은 22일 광주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쳤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
로저스도 양현종과 마찬가지로 6회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무사 3루와 2사 1,3루, 두 번의 고비를 넘겼다. 3루타를 친 박찬호를 박준태의 내야 땅볼로 홈에서 잡았다. 그리고 비디오 판독 끝에 브렛 필의 안타가 인정돼 또 한 차례 위기가 찾아왔지만 이범호를 뜬공으로 처리하며 1점도 내주지 않았다. 9회 2사 2,3루 위기마저 김민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승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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