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에이스 특급 맞대결에 너무 힘을 쏟은 것일까. 이튿날 한화와 KIA 선수들은 나사 하나가 풀어진 듯 했다. 전날의 놀라운 집중력과는 달랐다. 미스 플레이가 여기저기 나왔다. 그 미세한 차이가 5위 혈투의 희비를 갈랐다.
로저스의 완봉승으로 KIA와 한화는 승차가 0.5경기에 불과했다. 23일 경기 결과에 따라 5위의 주인이 뒤바뀔 수 있었다. KIA는 5위 수성을, 한화는 5위 탈환을 꿈꿨다.
김기태 KIA 감독과 김성근 한화 감독은 공언한대로 온힘을 쏟았다. KIA는 7회 심동섭이 제구 난조를 보이자 곧바로 교체를 했다. 심동섭의 투구수는 단 6개. 김광수와 최영필도 각각 8개와 10개의 공만 던졌다. 찬스나 위기가 찾아오면 적극적으로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마무리 윤석민은 8회 공수교대와 함께 일찌감치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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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의 2루수 정근우(오른쪽)가 23일 광주 KIA전 6회 2사 1,3루에서 야수 선택으로 동점을 허용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
그 절박함 속에 펼쳐진 한판이었다. 역전, 재역전, 그리고 또 역전. 끝까지 피 말리는 승부였다. 추는 저울질을 하면서도 쉽게 기울어지지 않았다. KIA가 이길 수 있었고, 한화가 이길 수도 있었다.
이 끝장 승부는 작은 실수에 의해 결정됐다. KIA는 3-1로 앞선 5회 도망갈 기회를 놓쳤다. 1사 1,3루에서 ‘히트 앤드 런’을 시도했으나 실패. 1루 주자 김원섭이 협살에 걸린 사이, 3루 주자 브렛 필이 홈으로 쇄도한 것. 무모한 베이스러닝이었다. 결국 김태균의 빠른 홈 송구로 아웃.
KIA는 3-2로 쫓긴 6회 2사 1,2루에서 ‘믿을맨’ 김광수가 조인성에게 큰 타구를 허용했다. 외야 좌중간 펜스를 맞고 튕겨 나온 걸 좌익수 김원섭이 서두르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1실점으로 막을 걸 1점을 더 내줬다. 역전 허용.
하지만 결정적인 미스는 KIA보다 한화가 더 많았고 더 뼈아팠다. 4회 1사 만루서 1루수 김태균과 포수 조인성의 연속 미스 플레이로 허탈하게 실점하더니, 승부를 뒤집었던 6회 리드를 너무 쉽게 빼앗겼다.
2사 2루에서 신종길과 김민우의 연속 내야 땅볼을 아웃시키지 못했다. 1루수 김태균의 발이 1루 베이스에서 떨어지더니(한화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세이프였다) 3루수 신성현은 1루가 아닌 2루를 선택했다가 주자를 살려줬다. 그 사이 김호령이 3루를 거쳐 홈을 밟았다. 작은 실수도 계속되면 큰 상처가 됐다.
한화가 KIA보다 조금 더 집중력이 떨어졌다. KIA가 한화보다 조금 더 집중력을 유지했다. 4회 1사 만루와 5회 1사 1,3루에서 대량 득점의 물꼬를 트지 못했던 KIA 타선은 7회 이범호의 재역전 결승 홈런(시즌 21호)을 시작으로 폭발했다. 안타 2개와 4사구 2개를 묶어 3점을 추가했다. 한화의 필승조인 배영수와 권혁을 무너뜨렸다. 놀라운 응집력이었다. 1사 만루서 대타 황대인 카드는 대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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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의 포수 조인성(오른쪽)이 23일 광주 KIA전 4회 1사 만루에서 포구 실책을 범해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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