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 대체자, 왜 김신욱이 아니었을까?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주전 공격수를 잃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였다. 이정협(상주 상무)이 부상 낙마한 가운데 김민우(사간 도스)를 대체 발탁했다.
예상외다. 이정협은 2015 호주 아시안컵을 계기로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원톱을 잃었는데 원톱을 뽑지 않았다.
한국이 내달 갖는 A매치는 친선경기가 아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라오스전(9월 3일) 및 레바논전(8일)이다. 닷새 만에 이동해 치러야 하는 레바논전은 러시아로 가는 길의 첫 번째 고비다. 역대 레바논 원정에서 2무 1패로 1승도 하지 못했다.
상대는 한국을 상대로 밀집 수비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최전방에서부터 무너뜨려야 한다. 원톱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자원을 새로 뽑지 않았다.

↑ 김신욱(흰색 유니폼)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 뛰지 못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민우는 측면 자원이다. 왼쪽 미드필더 및 수비수로 뛸 수 있다. 호주 아시안컵 및 동아시안컵에서는 왼쪽 미드필더에 배치됐다. 원톱 자원이 아니다. 그의 신장은 172cm다.
예비 명단에 원톱 자원이 없지 않았다. 6명 중 김신욱(울산)과 이종호(전남)이 있다. 김신욱은 동아시안컵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3경기(선발 1회)를 뛰었다. 이종호도 2선에 배치됐으나 원톱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성과 함께 새로운 점검에 무게를 뒀다. 미드필더로 분류됐던 황의조를 공격수로 기용하면 된다. 그는 소속팀에서 원톱으로 뛰기도 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 10골,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3골을 넣으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앞서 예비 명단에도 그는 공격수로 분류됐다. 황의조가 A대표팀에서 원톱으로 뛰는 걸 구상했다는 것.
눈길을 끄는 건 김신욱의 제외다. 김신욱은 지난 9일 막을 내린 동아시안컵을 통해 슈틸리케호에 첫 승선했다. 호주 아시안컵 이후 꾸준하게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항상 예비 멤버였다. 3월(우즈베키스탄전-뉴질랜드전)과 6월(UAE전-미얀마전), 그리고 9월(라오스전-레바논전)에 낙마 선수가 있었으나 김신욱은 1순위가 아니었다.
김신욱이 슈틸리케호의 공격수 경쟁에서 뒤처진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김신욱은 동아시안컵에서도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정협에 좀 더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점검에 초점을 둘 필요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년간 김신욱의 플레이를 지켜봤고, 또한 직접 써봤다. 김신욱이 뛰었을 때의 A대표팀 경기력을 체크했다. 모든 점검을 마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새로운 옵션을 찾고 있다. 이 때문에 석현준(비토리아FC), 황의조, 김동준(연세대)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팀이 어느 정도 골격을 갖추니, 눈여겨봤던 선수를 한 명씩 직접 점검하겠다고 했다. 또 하나의 테스트인 셈이다.
또한,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의 제외를 암시했다. 그는 지난 24일 “동아시안컵에서 드러난 골 결정력 문제를 새로운 선수로 해결해보려 한다. 새 선수들이 소집 이후 몸 상태가 좋다면 출전 기회를 주려한다”라고 밝혔다. 기존 자원보다 새로운 자원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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