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복싱 라이트플라이급(-49kg) 금메달리스트 신종훈(26·인천시청)이 개인적으로 힘든 와중에도 국적을 초월한 우정의 응원을 보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플라이급(-52kg) 동메달리스트 무하마드 와심(28·파키스탄)의 프로데뷔전을 성원한 것이다.
신종훈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아시아경기대회 우승의 여세를 몰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으나 상황이 너무도 어렵다.
국제복싱협회(AIBA)와 APB(AIBA 프로복싱) 계약을 체결한 것이 화근이었다. 신종훈은 계약서에 국내대회출전금지 조항이 있음에도 APB 경기 대신 2014년 제95회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했다가 자격정지 1년 6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문서 내용은 몰랐으나 임시계약이라는 말에 일단 서명했다”는 신종훈 측의 주장과 “충분히 설명한 정식계약서”라는 AIBA 측의 입장이 충돌했다.
대한복싱협회는 AIBA와 논의 끝에 ‘APB와 국제대회 출전 가능’ 조건으로 자격정지를 해제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신종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시청 소속임에도 국내대회에 뛰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결국, 올림픽 입상의 꿈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자진 반납했다.
↑ 신종훈이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라이트플라이급 결승전 승리 후 태극기를 들고 감격하고 있다. 사진(선학체육관)=AFPBBNews=News1 |
↑ 와심이 2014 영연방경기대회 플라이급 결승전에 임하고 있다. 사진(영국 글래스고)=AFPBBNews=News1 |
와심은 10월 4일 ‘선학체육관’에서 프로복싱 데뷔전을 치른다. 한국권투위원회(KBC) 챔피언 결정전이다. 체급은 슈퍼플라이급으로 알려졌으나 밴텀급으로 최종확정됐다. 프로 슈퍼플라이급은 아마추어 플라이급과 –52kg으로 같다. 밴텀급은 프로가 –53.5kg, 아마가 –56kg이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비전 2014’ 대상자로 선정된 와심은 장비지원을 받으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신종훈은 이러한 와심과 함께 훈련하며 친분을 쌓았다.
“와심은 동체 시력과 반응속도가 좋고 순간적인 연타가 장기”라고 설명한 신종훈은 “조국을 떠나 타지에서 프로에 데뷔하게 됐다. 아픈 사연이 있는 만큼 더 열심히 해서 보란 듯이 정상에 섰으면 한다”면서 “다치지 않고 준비한 것을 후회 없이 경기로 보여주길 기원한다. 반드시 잘할 선수라 믿는다”고 응원했다.
신종훈이 말한 ‘아픈 사연’은 와심의 올림픽 도전 포기와 관련이 있다. 와심은 10월 5~18일 카타르 도하에서 치러지는 2015 세계아마추어복싱선수권대회를 통하여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노렸다. 그러나 파키스탄이라는 국적의 한계 때문인지 편파판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호소하면서 프로전향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심은 세계복싱평의회(WBC) 웰터급(-67kg) 잠정챔피언 아미르 칸(29·영국)과 함께 파키스탄을 대표하는 권투 스타다. 영국에서 파키스탄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칸과 달리 와심은 출생지와 국적도 파키스탄이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입상 외에도 영연방경기대회(Commonwealth Games)에서 2014년 영국 글래스고대회 플라이급 은메달 및 2010 인도 델리대회 라이트플라이급(-49kg) 동메달을 수상하는 등 와심은 국제무대에서 정상급 실력을 보여줬다. 파키스탄은
아마추어 경력 정리 시점에 대해 고민하던 와심은 이를 인천시복싱협회에 털어놓은 것이 KBC를 통한 프로데뷔로 이어지게 됐다. 인천시청 소속의 신종훈과 재회하게 된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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