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이승우가 두 골을 넣었다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게 ‘최진철호’ 입장이다.
4일 2-2 무승부로 끝난 크로아티아와의 수원컵 2차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최진철 U-17 대표팀 감독과 이승우의 표정에서 ‘걱정’이 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승우의 맹활약으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팀의 문제점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이승우 의존도 높아 걱정
이날 최진철 감독은 1차전 나이지리아전 대비 6명의 선발 명단을 교체했다. 자연스럽게 전방 공격수 이승우의 파트너도 바뀌었다. 이상헌, 김진야 대신 유주안, 박상혁이 출전했고, 둘은 최진철 감독의 만족을 끌어낼 만큼 선전했다.
허나 누가 뛰어도 이승우 중심의 공격 전술에는 변함없었다. 골키퍼부터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 할 것 없이 모두 위치를 살폈다. 그에게 공을 건네면 없던 찬스도 생기리라는 기대 때문인 걸까.
↑ 대한민국-크로아티아간 수원컵 2차전. 유주안이 골을 넣은 이승우를 백허그 하고 있다. 사진(수원)=천정환 기자 |
이승우 없는 U-17팀 상상 불가
만약 이승우가 없다면 어떤 결과를 맞았을까 궁금하지만, 현 U-17 대표팀에선 이러한 가정은 무의미하다. 전술, 전략을 떠나 이승우 중심의 ‘팀’이 돼 버린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이대의 대표팀이 그 없이 어떤 경기를 했는지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10월 칠레에서 열리는 FIFA U-17 월드컵에선 이 가정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에서건 뛰지 못할 수도 있다. 이날처럼 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퍼부을 가능성도 물론 있지만, 집중 마크를 당해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 최진철 감독에게 선택의 순간이 온다. 그에 앞서 새 플랜을 짜는 편이 좋겠다. 수원컵의 소중한 시간을 한 선수의 ‘쇼’를 구경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이승우가 부재한 상황이라든지, 이승우 포함 공격 전술B 또는 C를 연마하는 게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최진철 감독 본인이 지나치게 이승우 위주인 팀이 된 걸 오래전부터 인지한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승우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우리 팀의 다른 선수들에겐 궁금한 게 없느냐”고 말하며 장결희에 대한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오는 10월 대회 개최 전까지 대표팀이 새로운 선수를 물색하고 선발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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