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국내 최초의 돔구장 고척돔의 완공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서울시와 넥센 히어로즈와 서울시와의 이전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협상이 답보상태인 이유는 바로 운영비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주장하는 돈 문제에는 허수가 숨어있다.
서울시는 15일까지 고척돔의 공사를 마무리하고 준공검사를 신청한다. 역사적인 국내 첫 돔구장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돔구장의 주인 서울시와 돔구장을 쓸 주체인 넥센 구단은 아직 대척점에 서 있다.
운영주체가 정해졌기 때문에 운영권을 둘러 싼 대립은 일단락됐다. 서울시는 서울시설공단에 2017년까지 고척돔 운영을 맡겼다. 하지만 돈 문제는 남아있다. 서로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돈 때문이다. 고척돔을 운영에 들어갈 돈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계산법이 다르니 입장 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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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 돔구장이 오는 15일 준공 신청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
그러나 서로 주장하는 운영비를 뜯어보면 계산법이 다르다.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이 말하는 80억원은 돔구장을 운영하는 전체 운영비다. 운영비에는 인건비와 사용료, 부대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넥센이 직접 운영할 경우 그 비용을 다 떠안아야 하지만 일일대관 방식이라 넥센이 구장을 사용하지 않은 날의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운동장 사용료는 차치하고라도 넥센에 지불해야 될 비용은 전기, 수도, 가스 등의 공공요금과 운동장 관리비 등 실비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넥센이 말하고 있는 목동구장 연간 운영비 40억원도 서울시에 부담하는 액수다. 하지만 여기에도 넥센 자체 인건비가 빠져있다. 인건비는 구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안전요원 등 인력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즉, 현재 목동구장을 사용하면서 서울시에 지불하고 있는 40여억원보다 넥센이 쓰는 돈이 더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척돔을 옮겼을 때 넥센이 부담하게 될 운영비가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정확한 계산이 아니다. 물론 서울시와 넥센 모두 사용료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같다. 실외구장에서 실내구장으로 옮기기 때문에 전기사용료, 냉·난방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운동장 사용료와 입장 수익이다. 운영권을 시설공단에서 가져간 상황에서 넥센이 고척돔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입장료와 광고권이다. 그러나 운동장 사용료에 대한 부분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목동구장과 마찬가지로 일일대관 방식이지만, 목동구장보다 대관료가 높아지리라는 예상만 가능할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 이러니 넥센이 부담하게 될 비용이 2배 이상이 될지, 그 이하일지 가늠할 수 없다.
여기서 입장차에 따른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서울시는 국내 최초 돔구장이니 만큼 목동구장보다 당연히 평균관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날씨에 대한 영향이 없이 365일 찾을 수 있다는 이유다. 입장 수익이 늘면 늘어나는 비용을 상쇄한기 때문에 넥센이 큰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넥센 구단은 불편한 교통 때문에 관중 접근성이 떨어져 관중 증가 효과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척돔이 위치한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은 상습정체구역이고, 도로 폭이 좁아 차량을 가지고 이동할 경우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고척돔도 도로 수용량의 한계 때문에 주차대수를 492대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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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 돔구장이 오는 15일 준공 신청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구일역에서 고척돔으로 연결되는 길이 공사중에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그러나 넥센은 가족단위 관중의 경우 차량이동이 많다는 점을 들어 관중 증가를 회의적인 시선이다. 넥센 구단 자체적으로 분석한 최근 3년간 관중 추이를 보면 가족단위 관중이 증가세였다. 주로 차량을 이용하는 대상들에게 고척돔은 최악의 입지라는 것이다. 관중수가 늘지 않으며 비용만 늘어나 구단 운영이 힘들다는 것이다.
운영권과 관련한 불씨도 여전히 남아있다. 서울시는 시설공단의 운영이 끝나는 2017년 이후 운영권 관련 우선협상을 넥센과 진행하겠다다는 당근책을 내세우고 있고, 넥센은 명문화되지 않은 약속은 믿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시의회 인준 등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서류 상 약속은 어렵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넥센은 구두로 된 합의 이상을 바라고 있다.
이러면서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있다. 정해진 협상기한은 없다. 물론 내년 시즌 전까지는 협상이 타결돼야 하기 때문에 급한 쪽은 넥센이다. 내년
현재 상황으로는 서울시와 넥센의 온도차는 여전하고, 좁혀질 여지도 없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유지하는 한 2000억원이라는 공사비를 들여가며 만든 고척돔은 혈세 낭비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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