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임팩트있는 데뷔전은 연착륙을 위한 스루패스 쯤 된다. 어딜 가나, 어느 분야에서나 첫인상은 중요하다. 수백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축구 선수라면 빠른 기대 충족은 기본 옵션이다.
주말 토트넘 홋스퍼 데뷔전을 앞둔 손흥민도 성과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400억원에 달하는 이적료와 팀의 부진한 성적으로 기대치는 높은 상태다. 서전부터 빛난다면 성공으로 가는 길이 더 수월한 것은 당연하다.
정확히 10년 전인 2005년, 프리미어리그에 갓 데뷔한 두 선배 박지성과 이영표의 사례는 손흥민 입장에선 최고의 참고서다. 두 선수의 두 다리가 만든 성과는 후대에 이런 교훈을 남겼다.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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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L 성공적인 정착을 원한다면 박지성 이영표처럼. 사진(잉글랜드 런던)=사진=AFPBBNews=News1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박지성은 2005년 8월 13일 구디슨 파크에서 에버턴를 상대로 데뷔했다. 왼쪽 공격수였지만, 오른쪽과 중앙을 쉴새 없이 오가 경기 중에는 포지션 구분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왕성하게 뛰었다.
데브레첸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3라운드와 그 이전 동아시아 프리시즌 투어를 통해 호흡을 맞춘 덕인지 이대일 패스와 같은 연계 플레이가 매끄러웠다. 알렉스 퍼거슨 당시 감독이 극찬한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과 날렵한 돌파와 같은 장기가 이 경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긴장한 기색은 없었다.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모두 펼치고 후반 40분 키어런 리차드슨과 교체되어 나왔다. 박수가 나왔다. 박지성은 첫날부터 ‘언성 히어로’였다.
이영표는 박지성보다 입단 당시 상황이 안 좋았다. 여름 이적시장 막바지 이적이 타결하면서 9월 9일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했다. 이틀 뒤인 11일 데뷔전으로 예정한 리버풀과의 홈경기까지 동료들과 발을 맞춘 시간이 짧았다.
이영표 걱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쓸데없었다. 왼쪽 수비수로 출전하여 데뷔전부터 풀타임을 뛰었다. 인터셉트부터 드리블, 오버래핑까지 마틴 욜 당시 감독이 원하던 폴백의 전형을 모두 선보여 큰 만족감을 끌어냈다.
언론도 네덜란드에 온 ‘LEE’의 진가를 단번에 알아봤다. 영국 스포츠 방송 <스카이스포츠>이 선정한 2015-16 EPL 5라운드 주간 베스트 11에 이름 올렸다. 환경 적응보다 실력이 우선이라는 걸 몸소 증명한 셈이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데뷔전부터 제 실력 발휘로 인정받았다는 거다. 분데스리가에서 이미 검증받은 손흥민도 이들처럼 토트넘이 거액을 주고 영입한 이유를 팬에게 증명해야 한다. 피곤해서, 리그 적응이 덜 돼서, 다음부터 더 잘하면 되지, 라는 변명과 핑계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잘한 선수의 마무리가 더 좋다. 아래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데뷔전 기록에서 드러난 것처럼.
○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데뷔전 & 첫 시즌 성적
박지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에버턴, 2005년 8월 13일 구디슨 파크
2-0 승. 선발 85분 아웃
33경기(선발 23) 2골
이영표 (토트넘 홋스퍼)
vs 리버풀, 2005년 9월 11일 화이트 하트 레인
0-0 무. 풀타임
33경기(선발 31)
설기현 (레딩 FC)
vs 미들즈브러, 2006년 8월 19일 마제스키 스타디움
3-2 승. 선발 83분 아웃
27경기(선발 22) 4골
이동국 (미들즈브러)
vs 레딩, 2007년 2월 25일 리버사이드 스타디움
1-2 패. 85분 교체투입
9경기(선발 3) * 2007년 1월 이적
김두현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vs 아스널, 2008년 8월 16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0-1 패. 풀타임
16경기(선발 9)
조원희 (위건 애슬레틱)
vs 스토크시티, 2009년 5월 16일 브리타니아 스타디움
0-2 패. 선발 59분 아웃
1경기(선발 1) * 2009년 3월 입단
이청용 (볼턴 원더러스)
vs 선덜랜드, 2009년 8월 15일 리복 스타디움
0-1 패. 68분 교체투입
34경기(선발 27) 4골
지동원 (선덜랜드)
vs 리버풀, 2011년 8월 13일 안필드
1-1 무. 66분 교체투입
19경기(선발 2) 2골
박주영 (아스널)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12년 1월 22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1-2 패. 83분 교체투입
1경기(선발 0)
기성용 (스완지 시티)
vs 선덜랜드,
2-2 무. 79분 교체투입
29경기(선발 20)
김보경 (카디프 시티)
vs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2013년 8월 17일 업튼 파크
0-2 패. 선발 75분 아웃
28경기(선발 21) 1골
윤석영 (퀸스 파크 레인저스)
vs 리버풀, 2014년 10월 19일 로프투스 로드
2-3 패. 풀타임
22경기(선발 18)
[yoonjinma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