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한 시기다. 어떻게든 이겨야 했다. 5위 자리를 위협받는 SK로선 1승이 간절했다. 좀 더 편안해 갈 법 했으나 길을 잘못 들었다. 김용희 SK 감독이 “간신히 이기더라도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넋두리를 할 정도.
그 소원이 이뤄진 28일. SK는 넥센을 이겼다. 그러나 ‘가까스로’가 아니었다. SK는 지난 25일 참 힘겹게 삼성을 꺾었다. 끝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 큰 승리였다. 한화, KIA가 크게 뒤지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모처럼 두 발 편히 뻗고서 승리를 만끽했다.
김용희 감독은 SK의 공격력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우린 (시즌 내내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아)확률적으로 대량 득점을 하기 어렵다. (지도자 생활 중)이렇게 타격이 끝까지 좋지 않은 건 처음이다”라며 “결국 버티는 게 우리의 야구다. 적은 점수로도 버틸 수 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
↑ 김용희 감독은 SK의 공격력에 대해 고심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28일 경기만을 두고서는 근심을 잠시 잊을 만했다. 사진(인천)=옥영화 기자 |
넥센은 2회 송신영을 조기 강판했다. 김성현의 3점 홈런 포함 피안타 4개를 기록하자 가차 없었다. 그만큼 이날 경기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마운드를 안정화시킨 뒤 역전을 꿈꾸겠다는 것.
하지만 쉴 새 없이 투수가 바뀌었다. 넥센은 4회까지 SK의 맹타에 5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홈런 포함 난타는 기본이었다. 그만큼 SK 타자들이 잘 쳤다. 찬스가 주어지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했다. 3회에는 세 타자 연속 홈런(정의윤-브라운-박정권)이 터졌으며, 4회에는 타순이 한 바퀴 돌며 대거 6점을 올렸다. 4회까지 스코어는 12-0. 최근 넥센 타선이 침체에 빠진 걸 고려하면, 일찌감치 승부는 기울었다.
‘퐁당퐁당’ 박종훈도 5일 전과 달랐다. 6회 2사 후 연속 안타로 실점하기 전까지 뛰어난 투구로 넥센 타선을 묶었다. 5일 전 7실점과 함께 조기 강판됐던 박종훈은 이날 인천에서 찾기 힘들었다.
승부처는 3회. 박종훈은 2사 만루 위기에서 박병호 대신 선택한 유한준을 내야 뜬공으로 처
이로써 SK는 66승 2무 71패로 5위 자리를 지켰다. 경쟁팀과 간극을 벌리면서 가을야구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