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변했다.’
잠실벌을 떠나서 변했다는 징크스 얘기가 아니라 SK 정의윤(29)은 진짜 변했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새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적잖이 뜯어 고쳤다.
우선 스윙의 궤적을 바꿨다. 깎아 치던 다운스윙에서 배트를 들어 올리는 슬라이트업 스윙으로 교정했다. 코치와의 궁리 끝에 시도한 선택이었다는데, 정의윤이 무리없이 잘 적응 하면서 제대로 들어맞은 한 수가 됐다. 정타가 많아졌고, 비거리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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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정의윤은 5월 월간타율 1위에 오르며 데뷔 첫 KBO 월간 MVP까지 수상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흔히 ‘스윙이 커서 먹히는 타구가 많다’고 생각하면, 배트를 빨리 내야겠다며 다운스윙을 시도하는 경우가 잦다. 잘못된 분석에 의한 부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자꾸 먹히는 타구가 나오는 것은 스윙이 늦기 때문이다. 늦었기 때문에 스윙이 커 보이는 것이다. 즉 타이밍의 문제이지, (스윙의) 궤적의 문제가 아니다.
SK에 와서 스스로를 다시 요모조모 뜯어보면서 정의윤은 스윙의 타이밍을 점검했다. 스윙이 컸던 것이 아니라 타이밍이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은 시점에서 그는 ‘자기스윙’을 제대로 다듬을 수 있었다.
정의윤이 SK 중심타자로 경기에 나서면서 좋아진 점 중의 하나는 공격적인 승부다. 스트라이크존을 넓혀서 확신을 갖고 빠른 공격을 선택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타격의 기회를 많이 잡게 되면서 그는 점점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투수의 목적은 타자를 쫓기게 하는 것이다. 타자는 볼카운트가 유리해진 시점에서 투수의 의도를 깨고 싸움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 자주 유리한 형세에서 공격하는 정의윤은 이제 타석에서 포스를 뿜어내는 강타자의 모습이다.
그는 9월 한달 동안 26경기서 타율 0.422(90타수38안타), 9홈런 23타점을 휘둘렀다. ‘만년 유망주’의 꼬리표를 깔끔하게 떼어버린 당당한 KBO 월간 MVP다. 치열했던 혼전의 5위 싸움에서 SK를 최후의 승자로 밀어올린 타선의 ‘신의 한 수’였다.
LG에서 정의윤은 팀의 뜨거운 기대 속에 성공에 대한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 주위는 물론 스스로도 늘 결과를 채근하면서 맘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LG도 잘 알았고, 그래서 더욱 기다렸던 그의 잠재력이 비로소 활짝 피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감동적이다. 그에게 길을 열어준 팀들, 정말 변하고 싶었고 그래서 변했던 정의윤의 의지가 함께 만들어낸 스토리다.
좋은 트레이드는 결국 계산기를 두드린 팀들에게 뿐만 아니라, 변화와 도전 앞에 당당한 선수들에게도 이로운 결과를 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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