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달라진 이방인...V리그 판도 흔든다

[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사뭇 달라진 이방인의 위상이다. 팀의 압도적 에이스가 아닌 약점을 메우기 위한 차선의 느낌이 강해졌다. 감독들은 평준화된 외인들의 실력을 둘러싸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트라이아웃 제도로 V리그 여자부 판도가 흔들린다.
6개팀 감독들과 외국인 선수들은 지난 5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5-16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시즌에 임하는 목표와 각오를 전했다.
미디어데이 시선은 외국인 선수에게 집중됐다. 그동안 자유계약 제도로 세계적인 실력의 라이트 공격수를 데려오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트라이아웃 제도로 변경됐다. 비용 절감과 토종 선수들의 발전을 위한 결정이었다.

↑ KGC인삼공사 헤일리 스펠만 사진=천정환 기자

올 시즌 트라이아웃으로 한국 무대를 밟는 ‘신입생’들은 리즈 맥마혼(IBK기업은행), 레즐리 시크라(한국도로공사), 에밀리 하통(현대건설), 테일러 심슨(흥국생명), 캣 벨(GS칼텍스), 헤일리 스펠만(KGC인삼공사)이다.
감독들도 트라이아웃 제도로 생긴 변화를 언급했다. 전년도 챔피언인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외국인 선수 제도가 바뀐 첫 해다. 토종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지난 시즌보다는 좀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것 같다. 초반 라운드에서 외인 선수들의 적응 정도가 나와야 전력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 시즌 활약한 외국인 선수 부재를 걱정하기도 했다. 이호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니콜 포셋의 부재가 아쉽긴 하다. 문정원도 시즌 아웃이기에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성적이 달렸다”고 전했다.
팀의 약점을 메우는 영입으로 만족스러운 평가도 많았다.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은 “수비형 레프트 에밀리의 영입으로 팀도 활력이 많아졌고 수비적인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올 시즌 수비적으로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황연주도 부담 없이 공격에 집중할 수 있다”고 흡족함을 보였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과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은 이번 외인 영입으로 높이를 강화했다. 박 감독은 “테일러 영입으로 팀 색깔이 바뀌었다. 블로킹 높이에서 그동안 밀렸는데 테일러 가세로 올 시즌은 높이가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 감독 역시 “우리 팀은 6개 팀 중 센터 블로킹 높이가 가장 낮은 팀이었다. 센터인 벨의 영입으로 높이를 보완했다. 파이팅도 넘치는 선수다. 우리 팀이 사실 제일 공주스러운 팀이다. 벨의 파이팅이 팀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국내 대표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 사진=천정환 기자

신입생들의 인터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기량 발전과 배움이라는 단어였다. 이번 트라이아웃 제도에서 참가 자격은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교 졸업예정자 및 해외리그 3년 이하의 선수경험자였다. 그만큼 외인들의 실력이 하향 평준화가 됐다. 완성된 외인이 아닌 아직 원석 상태인 외인을 데려온 셈이다. 기량을 갈고 닦고 배워야 할 시기다.
맥마흔과 테일러도 첫 인사에서 “첫 번째 목표는 개인 기량 발전”이라고 밝혔다. 에밀리와 벨도 코칭스태프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으면서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6명의 외인 모두 이구동성으로 한국 배구의 수준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언뜻 들으면 기분이 좋을 수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하향 평준화된 외인 선수들의 실력을 생각한다면 이전과 비교해 리그 수준의 질적 하락이 우려될 수 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트라이아웃 제도로 생길 V리그의 판도 변화에 더욱 시선이 모인다.
[forevertoss@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