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넥센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3년 연속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두 번의 좌절을 ‘실패’라고 규정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실패다.
넥센의 도전은 끝났다. 현실적인 목표가 1위→2위→3위로 하향 조정된 가운데 받은 성적표는 4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돌파했지만 두 번째 관문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두산에 대한 설욕도 이루지 못했다.
1,2년 전만 해도 넥센의 도전은 아름답게 포장됐다. 각각 두산, 삼성의 벽에 부딪혔지만, 무기력하지 않았다. 첫 판을 잡으며 상대를 곤욕스럽게 만드는 등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웠다는 평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위권(2008년 창단 이래 7위→6위→7위→8위→6위)을 전하던 팀의 ‘비상’이었다.
물론, 더 높이 오를 수 있었다. 차이는 정말 얇았다. ‘이 정도도 잘 한 것이다’라는 자기위안이 발목을 잡았을지 모른다. 염 감독은 “난 우승을 꿈꿨다”라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의 승부욕은 더욱 자극됐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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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은 14일 준플레이오프 두산과 4차전에서 9-2의 리드를 못 지키고 9-11로 역전패했다. 그리고 넥센의 세 번째 도전도 끝났다. 사진(목동)=천정환 기자 |
감독은 승부사다. 염 감독 역시 승부 근성이 강하다.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운다. 지난 2년간의 포스트시즌 경험을 토대로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매 경기가 승부수였다. 회심의 카드가 통한다면, 최상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만 해도 조상우의 3이닝 기용은 모험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들어 그의 승부수는 계속 어긋났다. 마운드 운용에서 특히 그랬다. 넥센은 불펜 부분에서 두산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염 감독도 넥센의 강점으로 꼽았다. 과감했다. 그러나 무모할 수도 있었다.
“욕을 안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순리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꼭 잡아야 했기에 승부를 걸었다. 책임은 감독이 지면 된다.” 염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기간 이렇게 말했다.
준플레이오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달랐다. 계속 하나씩 삐끗했다. 그리고 편중되고 제한된 카드는 염 감독과 넥센을 힘들게 했다. 1차전 조상우의 48구는 넥센의 시리즈 불펜 운용에 있어 치명적인 결함을 남겼다. 실타래가 꼬였다. 그러나 풀지 못했다. 더욱 꼬이기만 했다. 염 감독도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 시리즈를 어렵게 끌고 갔다”라고 부인하지 않았다.
불완전했다. 그 가운데 시리즈는 내내 시끄러웠다. 오심 논란이 불거졌지만, 선수단도 지나치게 흥분했다. 마찰에 따른 불꽃이 튈 정도. 한 경기도 조용히 지나간 적이 없었다. 진짜 전쟁이었다. 그 치열함을 이겨내지 못했다. 넥센은 세 번을 졌고,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빼앗겼다.
넥센이 개막 전 우승후보로 평가되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싸웠던 SK와 두산, 삼성의 우승을 견제할 후보로 꼽혔던 팀이다. 넥센은 시즌 내내 부상자가 속출했다. 서건창, 이택근이 장기 이탈했으며, 박병호도 시즌 전 경기 출전 기록이 중단됐다.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던 김영민의 낙마도 마운드 운용을 어렵게 만든 요소다.
어쩌면 나쁘지 않은 성과일지 모른다. 그러나 넥센은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럴 능력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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