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축제’다. 올스타전이 ‘화합’의 축제라면, 포스트시즌은 ‘경쟁’의 축제다. 토너먼트의 묘미 속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투는 큰 잔치다.
이번에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되면서 흥밋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매 경기 시끌벅적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으며, 결과 또한 상상불허였다. 하지만 올해 가을야구는 마냥 즐겁지가 않다. 잇단 악재가 끊이지 않더니 대형 악재까지 겹쳤다.
찬바람이 어느 곳보다 먼저 야구장에 불고 있다. 흥행의 척도는 관중 집계일 것이다. 올해 포스트시즌 5경기 누적 관중은 6만9194명이다. 목동구장에서 3경기, 잠실구장에서 2경기가 열렸다. 매진은 한 번도 없었다. 목동구장의 경우 1만명 이상 관중이 온 적이 없었다.
2년 전과 비교해도 야구팬의 발걸음은 줄었다. 2013년 준플레이오프는 이번 포스트시즌과 마찬가지로 목동구장 3경기-잠실구장 2경기가 열렸는데, 총 7만2700명이 자리했다. 두 차례나 표가 동이 났다. 2년 후에는 가을야구 표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았으며, 총 관중도 3506명이나 적었다.
![]() |
↑ 경쟁의 축제는 시작됐으나 좀처럼 빨간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삼성의 원정 도박 연루설까지 터지면서 야구팬의 가슴에는 찬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플레이오프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부푼 기대감을 품을 지도 모른다. 플레이오프 1,2차전(마산구장)은 물론 3,4차전(잠실구장)까지 전량 매진이다. 3,4차전의 경우 예매를 실시한 지 몇 시간도 안 돼 다 팔리며 가게 문을 닫았다. 4경기 중 3경기는 평일에 벌어진다. 또한, 잠실구장의 경우 주말에 열렸던 준플레이오프 1,2차전도 매진이 안 됐음에도 평일 플레이오프 3,4차전이 완판됐으니 달라진 풍경이다.
그러나 관중 집계가 야구판의 흥행을 완벽히 대변할 수는 없다. 야구장에서 관전하는 야구팬보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휴대폰으로 시청하는 야구팬이 수없이 많다. 그들은 흥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야구계를 향한 시선도 따갑기만 하다.
분위기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15일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삼성의 원정 도박 연루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날벼락 같은 소식에 공기마저 무겁다. 여론은 성토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흥행에도 빨간 불이 켰다.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팀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할 팀이다.
물론, 확실하고 명백하게 밝혀진 건 아니다. 그렇지만 죄질이 심한 문제로 얽매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충격이다. 게다가 연루된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게 최신 보도다. 검찰의 수사 착수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올지 모른다. 특정 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구판을 함께 만들고 키워 온 한 식구다. 그렇기에 한 축이 흔
수많은 관중이 야구장을 방문하는 것과 다른 이야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축제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그런 분위기다. 겨울이 오고 있다. 바람은 차가워지며 기온은 떨어지고 있다. 야구 온도 또한 낮아지고 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