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 두산이 한 계단씩 오르며 맨 위까지 도달했다. NC에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미라클 두산’의 2탄을 완성시켰다. 2년 전 집필을 마치지 못한 대망의 3부작을 완성할 차례다.
두산의 NC전 승리는 인상적이었다. 원투펀치(니퍼트-장원준)의 강력한 힘은 위기일수록 더욱 빛났다. 둘의 플레이오프 평균자책점은 1.24(29이닝 4실점)였다. 장원준이 5차전 1회 이호준에 적시타를 맞고서야 무실점이 깨졌다. 누구든지 부러워할만한 원투펀치는 두산의 최대 강점이다.
또한, 기복 심한 타선도 터질 때는 터졌다. 양의지의 가세 이후 무게가 잡혔다. 4,5차전에서 주요 순간마다 폭발했다. 5차전 5회 타자 일순하며 5점을 얻는 과정이 눈에 띄었다. 2개의 아웃카운트(외야 뜬공-내야 땅볼)마저 모두 타점으로 이어졌을 정도로 ‘팀 배팅’이었다. 4차전서도 6,7,8회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NC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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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승은 올해 포스트시즌 5경기 연속 무실점(8이닝)으로 평균자책점 0을 자랑하고 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현승만 든든하다는 게 두산의 고민거리다. 사진=MK스포츠 DB |
치욕을 말끔히 씻었다. 하지만 뒷문이 단단해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골치는 더욱 아파진다. 며칠 사이 허리가 튼튼해진 건 한 명의 ‘소방수’ 덕분이었다. 이 때문에 두산은 ‘이현승 딜레마’에 빠졌다.
이현승은 ‘철벽’이다. 올해 준플레이오프 및 플레이오프에서 ‘제로(0)’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8이닝 동안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등판한 경기를 두산은 놓친 적이 없었다. 이현승이 승리의 수호신인 셈이다.
그런데 두산의 불펜 자원 가운데 믿을 게 이현승 밖에 없다. 이현승의 기록만 들춰내면, 두산 불펜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난다. 준플레이오프의 불펜 평균자책점이 5.06에서 6.23으로 치솟는다. 플레이오프는 더욱 심했다. 9.23에서 15.25로 크게 뛰어올랐다. 이현승이 뛰고 안 뛰고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두산은 현실적으로 이현승 외 믿고 내세울 불펜 자원이 없다. 노경은(올해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 5.63), 함덕주(27.00), 진야곱(16.85) 등 주요 불펜 자원은 크게 혼이 났다. 그들의 기록은 안정감과 아주 거리가 멀다. 이현승만 아주 잘 하고 있으니 속이 탈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는 7전4선승제다. 투수진 운용이 좀 더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 가뜩이나 두산은 피로까지 누적됐다. 니퍼트와 장원준이 매번 7,8이닝을 막아줄 수 없으며, 이현승이 매번 2,3이닝까지 책임질 수 없다.
두산은 2년 전과 비슷한 행보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어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상대는 이번에도 삼성이다. 2년 전에는 3승 1패로 앞서 삼성을 벼랑 끝까지 몰았으나 마지막 1승을 못 거뒀다.
두산은 당시 한국시리즈 5~7차전 패배 과정이 똑같았다. 중반까지 팽팽히 맞서다가 6회 이후 마운드가 무너졌다. 5차전과 7차전은 불펜 싸움에서 완패한 게 결정적인 ‘차이’였다.
두산은 2001년 이후 14년 만에 ‘V4’에 도전한다. 그 사이 준우승만 4번(2005년, 2007년, 2008년, 2013년). 그때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통과했지만 허리 부위는 ‘가까스로’였다. 이현승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니퍼트, 장원준, 그리고 이현승만으로 견딜 수는 없다. 이현승만 잘 하는 그 딜레마를 벗어나야 하는 게 한국시리즈를 하루 앞둔 두산의 가장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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