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상대가 잘하면 당연히 얄밉다. 그러나 상상초월의 절대적인 실력을 마주하면 자기도 모르게 찬사가 나오기 마련이다.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29·코스타리카)가 지금 스페인프로축구에서 그런 존재가 되고 있다.
나바스가 24일 셀타 비고와의 2015-16 라리가 9라운드 원정경기(3-1승)에서 실점을 허용했다고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통계회사 ‘옵타 스포츠’ 공개자료를 보면 5차례 선방과 3번의 펀칭, 캐치 2회 등 셀타 비고의 결정적 득점기회를 10번이나 저지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홈페이지는 에두아르도 베리조(46·아르헨티나) 셀타 비고 감독이 “나바스가 4~5골은 막았다. 실수는 단 1번도 없었다”면서 “득점이 분명했던 기회들이 좌절되고 상대에 실점까지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이기겠는가?”라고 반문했음을 전했다.
후반 40분 레알을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 셀타 비고 공격수 놀리토(29·스페인)는 “나바스는 마땅히 축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우리가 골과 다름없던 3차례 슛을 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어떻게 선방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도 모르겠다. 나바스가 막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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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바스(가운데)가 셀타 비고와의 2015-16 라리가 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상대 공격수 이아고 아스파스(9번)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 사진(스페인 비고)=AFPBBNews=News1 |
상대의 칭찬이 이정도인데 동료가 느끼는 나바스의 가치는 더 클 것이다.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여 나바스와 같은 팀으로 처음 뛰는 공격수 루카스 바스케스(24)는 “나바스는 골잡이만큼이나 중요한 골키퍼”라면서 “앞으로 지금처럼 최고 수준의 활약을 이어가길 희망할 뿐”이라고 말했다.
나바스는 이번 시즌 레알 소속으로 12경기 3실점을 기록 중이다. 9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나머지 3경기도 전반전에는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 무실점 행진이 레알의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가능케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금은 FC 포르투에서 뛰는 이케르 카시야스(34·스페인)는 살아있는 전설이자 앞으로도 레알 골키퍼에 있어서 하나의 기준 같은 존재”라고 전임자를 인정하고 추켜세운 나바스는 “사람들이 카시야스를 잊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가 아니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경기를 지켜보는 나의 일가친척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소박한 소원을 말한 나바스는 “레알을 응원하는 모든 지지자가 나에게 골문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길 원한다”면서 “나만의 역사를 레알에서 쓰고 싶다”는 범상치 않은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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