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25일 오후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삼성은 지난 20일 김인 사장이 직접 나서서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주축 투수들(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그 발표 직후 류중일 감독이 공식 석상에 처음 나타났다. 주장 박석민과 구자욱과 함께.
박석민은 분위기를 띄웠다. 도박 파문으로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았냐는 민감한 질문에 평소와 다르지 않다며 “주장으로서 내가 특별히 할 게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매우 좋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 또한 “(두산 못지않게)우리도 분위기가 좋다. 3주 동안 실전 공백이 있으나 네 차례 청백전을 가졌다. 그 동안한 (큰 경기)경험도 있어 준빌 잘 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모두 컨디션이 좋은데 특히 최형우, 채태인, 구자욱 등의 타격감이 좋다”라고 준비과정이 순조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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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라이온즈의 류중일 감독. 사진(대구)=옥영화 기자 |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누가 제외될 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오래 전부터 그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리고 그 선수들은 미디어데이 이후 발표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예상대로 빠졌다.
그에 앞서 제외 선수가 누구인지 공개할 수 있냐는 질문에 류 감독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난감해 하면서 “이름을 언급할 수 없다”라고 단칼에 잘라 말했다. 잠시 후 발표될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통해 확인하라는 것이다. 아픈 손가락을 직접 말하는 건 매우 힘든 고통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직접 밝히기 힘들어도 관련 질문이 류 감독에게 쏟아졌다. 주축 투수가 빠진 투수진 운용 계획에 관한 질문이 가장 많았을 정도.
곤욕스러웠을 터. 하지만 류 감독은 이리저리 빼지 않았다. 피하지 않고 하나하나 답변을 했다. 차우찬을 전천후로 돌리면서 심창민과 ‘더블 마무리’ 체제를 꾀하며 상황에 따라 4차전 선발투수로 정인욱 혹은 차우찬을 염두하고 있다는 구상까지 밝혔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이들은 한국시리즈가 5차전 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게 끝내고 싶은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류 감독만은 7차전을 예상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전력 누수에 따른 여파라고 설명했다.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가진 팀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결과에 관계없이 즐기자’라고 밝혔으나, 류 감독의 고심은 이래
류 감독은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였다. 공식적인 사과다. 팀의 수장으로서 선수 관리 소홀에 따른 사회적 물의에 대해 사죄했다. “몇몇 선수들이 불미스런 일로 한국시리즈에 뛰지 못한다. 팬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 통합 5연패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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