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 마이너리그 내야수 문찬종(24)은 한국인 마이너리그 선수 중 가장 역동적인 2015년을 보냈다. 지난해 호주 윈터리그의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상위 싱글A부터 더블A, 트리플A까지 경험했다. 9월초 시즌이 끝난 뒤 짧은 고국 방문을 마치고 다시 애리조나로 달려와 가을리그에서 뛰고 있다.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낸 그를 애리조나 가을리그 경기가 한창이던 지난 25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구장에서 만났다.
↑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인 문찬종은 현재 애리조나 가을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
결국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
“올해는 진짜 많이 돌아다녔다.”
한 시즌을 평가해 달라는 부탁에 문찬종은 가장 먼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시즌 그는 진짜로 많이 돌아다녔다. 상위 싱글A 캘리포니아 리그 소속 랜캐스터에서 시즌을 맞이한 그는 시즌 도중 트리플A 퍼시픽코스트리그 프레스노에서 잠깐 2경기를 뛰었다. 이후에는 더블A 텍사스리그 코퍼스 크리스티에서 81경기에 출전했다.
세 팀에서 100경기에 출전, 타율 0.272 출루율 0.358 장타율 0.364 4홈런 29타점 22도루를 기록했다. 출루 능력과 기동력을 무기로 하는 선수다. 올해 전체 29번의 도루 시도 중 22번을 성공시켰다.
2010년 루키리그 데뷔 이후 올해 처음으로 더블A와 트리플A를 경험했다. 더블A는 각 구단들이 핵심 유망주를 훈련시키는 곳이고, 트리플A는 언제든지 메이저리그로 콜업될 수 있는 서눗들이 뛰는 곳이다. ‘큰물’에서 논 소감은 어땠을까.
“실력은 진짜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느꼈다. 레벨이 다르다고 크게 다른 것이 아니었다. 대신에 노련미가 있었다,”
실력 격차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자신감도 함께 얻었다. 그런 그가 선택된 유망주들만 뛴다는 애리조나 가을리그에 나가는 것은 의미가 크다. 비록 수요일과 토요일에만 나오는 ‘택시스쿼드’ 선수지만, 그에게는 소중한 기회다. 25일까지 2경기에 나와 안타는 없었지만, 2개의 도루와 1득점, 2타점을 기록했다.
“팀에서 아무나 보내주는 곳은 아니다. 그만큼 배울 곳도 많고, 잘하는 선수들과 함께해서 재밌게 하고 있다. 여기는 스카웃들이 일반 시즌의 3~4배는 온다고 들었다. 보는 시선이 많다 보니 의식하게 된다. 부담까지는 아니지만,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같은 내야수에 스위치 히터이고 발이 빠른 호세 레이예스를 이상형으로 지목한 그는 “유격수뿐만 아니라 2루, 3루를 보다 보니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 타격에서는 홈런타자는 아니기 때문에 출루율을 더 높이고, 팀 플레이에 능한, 팀에 도움을 주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 싱글A 시절 동료였던 드쉴즈의 성공은 그에게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를 자극시킨 드쉴즈의 성공
그의 소속팀 애스트로스는 유망주들이 많은 팀으로 이름이 나있다. 수년간 하위권을 맴돌며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독식한 결과다. 이번 시즌에는 조지 스프링어, 카를로스 코레아 등 유망주들의 잠재력이 동시에 폭발하면서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하기도 했다.
휴스턴 출신 유망주들은 다른 팀에서도 기량을 만개했다. 이번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의 리드오프로 활약한 델라이노 드쉴즈가 대표적이다. 드쉴즈는 지난해 12월 룰5드래프트를 통해 휴스턴에서 텍사스로 이적했고, 생애 첫 메이저리그 시즌을 보냈다.
문찬종은 2012년, 상위 싱글A 랜캐스터와 싱글A 렉싱턴에서 드쉴즈와 한 팀이었다. 지금 드쉴즈는 외야수지만, 당시에는 2루수로 뛰며 수비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췄다.
“달리기가 빨랐다. 아버지도 메이저리그 선수였고, 기회는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드쉴즈를 기억한 그는 “같이 뛰었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럽다. 자극이 된다”며 드쉴즈의 성공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얘기했다.
문찬종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와 2루수. 현재 휴스턴 메이저리그 팀에는 그 자리에 카를로스 코레아와 호세 알튜베가 버티고 있다.
특히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신인 코레아의 존재는 거대한 산과 같다. 그도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 수비, 달리기, 파워, 컨택 능력, 송구까지 다 갖춘 5툴 플레이어다”라며 코레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코레아라는 괴물 루키의 존재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그런 선수가 여기 있다고 해서 포기할 것은 없다. 여기 말고도 29개의 팀이 더 있다”며 기회의 문은 열려 있다는 믿음을 보였다.
↑ 2016년 더 높은 곳으로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잘 할 거 같고, 잘 할 거라는 각오를 남겼다. 사진(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뛰고 있는 문찬종이라고 한다. 메이저리그, 국내프로야구도 좋지만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열심히 해서 메이저리그에 갈테니 조금만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잘 될 거 같고, 잘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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