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김원익 기자]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148km의 강속구를 뿌린 에이스 알프레도 피가로(31, 삼성)는 어째서 무너졌을까. 답은 간단했다. 실투가 너무나 많았다.
피가로는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5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10피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부진한 끝에 교체됐다. 삼성은 타선의 끈질긴 집중력과 새로운 마무리 투수 차우찬의 역투에 힘입어 9-8, 극적인 역전승으로 1차전 기선제압을 했다. 하지만 에이스의 부진은 도박스캔들로 헐거워진 삼성 마운드에 불안을 남겼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투구도 어딘가 모르게 경직된 인상이었다. 결국 잦은 실투와 전혀 잡히지 못한 제구가 발목을 잡았다. 이날 82구의 총 투구수중에서 스트라이크가 48구 볼이 34구였다. 정규시즌 피가로의 투구와는 전혀 다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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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대구)=옥영화 기자 |
속구 최고구속이 148km까지 나왔고 꾸준히 140km 중후반대까지 나왔지만 피가로가 두산 타선을 상대로 승부를 하지 못했던 이유다. 정규시즌 속구 제구가 잡히지 않을 때 피가로를 도와줬던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제구도 평소같지 않았다. 카운트를 빼앗는 결정구로 활용되지 못했고 역시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았다. 특히 피가로의 최대 무기인 커브는 9구 중에 무려 5구가 몰리면서 손쉬운 배팅볼이 됐다.
삼성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조기 강판. 피가로는 2015시즌 25경기에 등판해 13승7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특히 어깨 피로 증상에 시달리기 전인 전반기까지는 18경기 11승4패 평균자책점 3.11로 압도적이었다.
뛰어난 이닝 소화능력도 강점. 무려 18회의 QS를 기록했다. 올 시즌 25경기 중에서 6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 한 경우가 단 한 차례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깨피로 여파와 부상으로 고전했다. 8월 성적이 평균자책점 5.82로 좋지 않았고 결국 이후 두 차례나 엔트리서 말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3일 넥센전서 7이닝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완벽 역투로 화려한 복귀전도 치렀다. 현재 컨디션도 좋았다. 26일 경기 전 류중일 삼성 감독은 “청백전 투구가 괜찮았다. 금요일 휴식이었는데 피가로는 불펜 투구를 했다. 그때 볼이 무척 좋았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실전, 그리고 포스트시즌 첫 등판 내용은 기대치와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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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대구)=옥영화 기자 |
2회도 흐름이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오재원을 삼진으로 아웃시킨 이후 오재일과 김재호에게 8구 연속 볼을 던져 1사 1,2루에 몰렸다. 결국 피가로는 정수빈에게 우중간 방면에 떨어지는 대형 2루타를 맞고 3실점째를 했다.
피가로의 흔들림은 멈출 줄 몰랐다. 후속 허경민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경기 흐름을 완벽하게 내주고 말았다.
2회까지 투구수 56개. 피가로는 3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선두타자 홍성흔을 3루수 땅볼, 후속 오재원을 헛스윙 삼진, 오재일을 유격수 뜬공으로 시키고 모처럼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도 5구만에 김재호를 유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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