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서민교 기자] 일본시리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대호(33·소프트뱅크)가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한국서 들려오는 야구대표팀 소식에 심란하다. 대표팀 중심타선의 핵인 이대호로서는 부담과 책임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리미어 12 초대 대회 우승을 노리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비상사태다.
국내·외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원정 도박 의혹 사태가 터지면서 주축 투수 윤성환·안지만·임창용 등 삼성 3인방마저 전력에서 이탈했다. 투수로 장원준·심창민·임창민을 긴급 수혈했으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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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어 12 야구대표팀에 유일한 해외파 야수로 합류한 소프트뱅크 호크스 이대호의 어깨가 무겁다. 사진(日 후쿠오카)=서민교 기자 |
결국 무게 중심은 타선으로 쏠린다. 한국시리즈 삼성의 현주소와 같다. 지난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보여준 삼성의 타선 집중력으로 극적인 감동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 이대호가 섰다. 대표팀의 4번 타자를 맡을 지는 아직 모른다. 박병호와 함께 쌍포로 중심타선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대표팀도 우치카와 세이치가 부상으로 빠진 소프트뱅크를 이끌고 있는 이대호가 필요하다.
이대호도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일본시리즈 2차전에서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끈 이대호는 “사실 지금 대표팀을 신경 쓸 때는 아니지만…”이라며 어렵게 대표팀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이대호는 원정 도박 혐의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핵심 투수들에 대해 “뉴스를 통해 보고 듣고 있었다. 3명 모두 빠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는 “대표팀은 늘 선수층이 가장 중요했고, 지금도 중요한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대표팀 경험이 풍부한 이대호는 이번에 해외파 야수로는 유일하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투수도 첫 태극마크를 다는 이대은(지바롯데)이 유일하다. 그래서 어깨가 더 무겁다.
이대호도 현실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 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싸워야 하지 않겠나? 책임감을 갖고 대표팀 선수들과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에서 또 하나의 관심사는 4번 타자를 누가 맡느냐다. 이대호와 박병호가 겹친다. 하지만 이대호에게 4번 타자 자리는 큰 의미가 없다. 이대호는 “큰 무대에서 4번은 많이 해봤다.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타순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몇 번째 타순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대표팀은 27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한국시리즈로 제외된 선수들은 추후 합류할 예정. 이대호도 일본시리즈를 마친 뒤 휴식도 반납하고 대표팀에 합류할 계획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일본시리즈가 일찍 끝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다. 소프트뱅크가 압도적인 전력으로 야쿠르트를 상대로 2연승을 챙겼다. 현재 분위기로는 스윕시리
‘가을 사나이’로 거듭나며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이대호의 결정적 한 방을 프리미어 12 대표팀에서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