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서 낯선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바로 선발 맞대결서 3전 전패를 당하고 있는 것. 정규시즌 선발왕국의 위용을 자랑했던 그들의 철옹성이 무너졌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1차전을 9-8로 승리한 이후, 내리 2연패를 당했다. 스코어도 답답하다. 2차전 1-6으로 패한데 이어 3차전마저 1-5로 패했다. 1차전 끈질긴 집중력으로 승리를 거두며 강팀의 위용을 과시했지만 2,3차전은 투-타 전력에서 완전히 밀린 경기였다.
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경기 내용. 삼성은 한국시리즈 3경기 내내 선발투수들이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없이 3패만을 당하고 있다. 1,2차전서 선취점을 내줬고, 3차전은 1회 선취점을 냈지만 4회 곧바로 역전을 당하는 등, 3경기 내내 힘든 승부를 한 끝에 결국 패했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와 타선 폭발로 리드를 잡은 이후 구원진이 마무리하는 깔끔한 흐름이 정규시즌 삼성의 전형적인 승리패턴이었는데 그런 정규시즌 내용과 비교하면 너무나 낯선 전개였다.
↑ 2차전 호투하고도 승리하지 못한 삼성 장원삼이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선발 이닝 소화 역시 유일한 5⅔이닝이었다. 특히 KBO리그 역대 최초로 선발 투수 5명이 두자릿수 이상 승수를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랬던 삼성 선발진이 한국시리즈 내내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결국 17승을 기록한 토종 에이스 윤성환의 이탈이 뼈아프게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1차전 믿었던 에이스 알프레도 피가로가 3⅓이닝 10피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다. 피가로는 2015시즌 25경기에 등판해 13승7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특히 어깨 피로 증상에 시달리기 전인 전반기까지는 18경기 11승4패 평균자책점 3.11로 압도적이었다. 뛰어난 이닝 소화능력도 강점. 무려 18회의 QS를 기록했다. 올 시즌 25경기 중에서 6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 한 경우가 단 한 차례 밖에 없었다. 하지만 후반기 부상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모습으로 여러모로 위력이 좋았을 때와 비교하면 떨어졌다.
해당 경기서 두산 선발 유희관도 5실점을 했지만 6이닝을 소화하며 구원진의 부담만큼은 덜어줬다.
2차전서는 ‘빅게임 피처’ 장원삼이 6이닝 7피안타 1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해 패전투수가 됐다. 장원삼은 지난 2010년 한국시리즈 4차전서 패전투수가 된 이후 4년 동안 6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23으로 완벽했다. 같은 기간 단 한 차례도 패전이 없었다.
장원삼은 27일 KS 2차전 이전까지 포스트시즌 총 11경기에 나서 4승2패 평균자책점 2.13의 특급 성적을 냈다. 50⅔이닝을 소화하며 단 12자책만을 한 역투. 무엇보다 한국시리즈에서는 7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1.80으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뼈아팠던 승부. 반면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는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쳐 팀 승리를 견인했다.
이어 3차전 선발 카드였던 타일러 클로이드마저 5이닝 5피안타 5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클로이드는 경기 내내 이어진 산발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잘 극복했다. 하지만 5개의 볼넷을 내준 것을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짧은 이닝만을 소화하고 내려왔다.
비로 2차례나 딜레이 된 경기서 나름대로 제 역할은 했다. 하지만 내용에서는 두산 타선을 압도하지 못하고 내내 아슬아슬한 투구를 했다. 특히 제구가 좋지 않았다. 후반기 이어진 부진의 불안감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내용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믿을만한 삼성의 선발 카드가 사실상 이들 뿐이라는 점이다. 30일 4차전 삼성은 26일 등판한 피가로를 다시 선발로 내세운다. 1차전 당시 82구를 던지긴
정규시즌 5선발 답지 않은 5선발 역할을 했던 차우찬은 ‘원정도박’으로 인한 구원진의 추가 이탈에 대비해 불펜에서 대기 중이다. 예상은 했던 전력 공백이었지만 해당 사건의 공백을 3전 전패라는 결과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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