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이면 도시의 소음과 매연으로부터 ‘로그아웃’이 가능한 곳. 그 짧은 시간에 동남아로 해외여행을 온 듯한 분위기를 실컷 낼 수 있는 매력적인 곳. 제주는 우리에게 그런 곳이다. 그래서 ‘놀면서 쉬라’는 제주 사투리 ‘놀멍쉬멍’이 어쩌면 제주를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요즘 주말을 껴서 제주여행을 할라치면 비행기 좌석이 동이 날 정도로 여행객의 발길이 분주하다. 그만큼 제주의 정기를 받아 재충전을 하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피해 찾은 제주에서 또 사람에 치인다는 것에는 아쉬움도 남는다. 때문에 제주를 찾을 때면 가급적 여행객이 덜 가는, 때로는 아주 새로운 곳을 향해 탐험에 나선다.
그런 면에서 색다른 여행지 세 곳을 소개한다. 그런데 이 세 곳 모두 소위 말하는 관광지는 아니다. 명목상은 호텔이다. 하지만 관광지라고 해도 손색없는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넘쳐난다. 물론 호텔인 만큼 잠자리 또한 두 엄지 ‘척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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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 롯데아트빌라스 |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롯데제주리조트 아트빌라스. 호텔의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곳의 건물 하나 하나는 예술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3대 건축가 중 한 명인 프랑스 출신의 도미니크 페로를 비롯해 국내의 승효상, 일본의 켄고 쿠마 등 세계적인 건축가 5명이 제주의 자연을 모티브로 해 지붕을 올렸다.
때로는 먹이 짙게 든 수묵화 같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한 세기 앞선 우주의 무엇을 보는 듯한 분위기의 건축물이 시선을 압도한다. 동쪽으로는 한라산, 서쪽으로는 산방산, 남쪽으로는 중문이 한 눈에 들어오는 최적의 위치라 요새 유행어를 빌리면 ‘전망깡패’라 부를만하다.
특히 가을이 절정을 향해 치닫는 이때, 중문 방향의 풍광은 은쟁반을 깔아놓은 듯 반짝거린다. 햇빛이 강렬해질수록 억새와 갈대에 반사되는 눈부심은 직사광선의 그것과는 다른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때문에 호텔에 하루 투숙하는 것만으로 제주여행 절반은 했다란 느낌마저 든다. 각 동과 건물 사이가 동남아의 풀빌라 수준에 버금갈 만큼 넓은 것도 매력적이다. 객실에서는 간단한 조리도 가능하다.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는 열풍에 적합한 구조다. 연인에게 또는 가족에게 점수를 따고 싶다면 두 팔을 걷어붙이길 바란다. 아트빌라스에서의 한 끼 식사가 오랜 여운을 전할지 모르니 말이다.
포도호텔…외할머니의 품속을 떠올리다
왕복 2차선 길을 얼마나 내달렸을까.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못 본지도 꽤 됐다. ‘한.적.하.다’란 네 글자가 머릿속에 선명해질 때 쯤 작은 언덕과 오름이 여러 개 모여 있는 듯한 묘한 분위기의 단층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포도호텔의 첫 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이유다.
좀처럼 본 적 없는 듯 하지만 잠시 멈춰 서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보니 마치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사시는 두메산골 시골에서 만났던 초가집이 떠오른다. 그래서 따뜻하고, 정겹고, 또 익숙하다. 이 초가집 지붕을 닮은 건물이 여러 채 모인 모습은 꼭 포도송이를 닮기도 했다. 포도호텔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유일테다.
포도호텔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 디자인했다. 그는 제주의 자연 어느 하나도 거스르고 싶지 않았나보다. 호텔 주변을 보면 돌담도, 풀숲도, 들꽃 하나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한실 객실은 일본인이 만든 것이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 것이 드러난다. 천장의 서까래나, 한지를 바른 격자무늬창이 그렇다.
단층 구조로 지어진 포도호텔의 또 다른 매력은 호텔 입구를 바라보며 왼편에 자리한다. 산방산을 바라볼 수 있는 자그마한 전망대 아래로 펼쳐진 산책코스가 그것. 한 바퀴 도는데 넉넉하게 한 시간이면 충분한, 오르막내리막도 크지 않은 길이라 누구와 걸어도 부담 없는 곳이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정도의 아담한 키라면 마치 미로 찾기를 할 수 있을 법한 억새 숲이 이어져 있어 낭만을 더한다.
호텔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포도향 머금은 로비 맞은편의 레스토랑이다. 일본식 왕새우 튀김우동이 특히나 맛있어서 일반 관광객이 일부러 들릴 정도다.
◆ 더클라우드호텔…구름이 행복을 품고 오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스파를 즐기며, 또 바비큐를 굽고, 와인잔을 기울이며 성산 일출봉에 건배를 하는 것 말이다. 더클라우드호텔은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든 기가 막힌 자리에 최근 세워진 ‘신상’ 호텔이다.
2층으로 지어진 건물은 각 층마다 매력이 다르다. 1층의 경우 바로 마당과 수영장이 이어져 자연친화적이고, 2층은 좀 더 아름다운 제주만의 경관을 눈에 담을 수 있어 특별하다. 전 객실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을 덤이라고 하기에는 풍광이 예술이다. 깎아지른 절벽 바로 위에서 제주바다를 바라보는 기분은 아찔하지만 구름 위를 걷는 듯 포근하다.
더클라우드호텔을 제대로 즐기려면 아침형 인간이 되길 추천한다. 제주 동쪽의 맨 끝 성산 일출봉 바로 옆 해안가에 건물이 들어선 탓에 제주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는 황홀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또한 호텔 바로 옆으로 올레 1코스가 이어져 있어 성산항과 우도를 바라보며 산책하는 힐링 여행으로도
객실에서 조리가 가능하지만 라운지9의 제주 제철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다. MSG나 GMO 등을 첨가하지 않은 제주 본연의 음식이 입맛을 돋운다.
[서귀포(제주) =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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