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일단’ 거센 여론의 불씨는 꺼트렸다. 일단이라는 표현이 알맞을 것이다.
히어로즈 야구단은 모그룹을 갖지 못한 채 프로야구판에 뛰어들었다. 네이밍스폰서십을 비롯해 다양한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운영비를 모으고 있다. 가장 계약 규모가 큰 건 ‘이름’을 사용할 권리가 주어지는 네이밍스폰서십이다. 이름은 곧 얼굴이다. 이 계약 관련으로 최근 홍역을 치렀던 히어로즈다.
새 이름은 찾았다. 자칫 잃어버릴 수 있던 넥센 히어로즈를 더 쓰게 됐다. ‘당분간’이다. 히어로즈는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넥센타이어와 네이밍스폰서십을 3년 연장했다. 이에 따라 2018년까지 KBO리그에서 넥센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불씨는 남아있다. 히어로즈는 태생적으로 다른 구단과 다르다. 3년 뒤 히어로즈는 또 다시 새 이름을 찾아나서야 한다. 넥센타이어에 이번처럼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주겠지만, 이번처럼 또 잠시 틀어질 수도 있다. 넥센타이어와 우선 협상이 결렬되면서 히어로즈는 새로운 이름이 될 기업을 물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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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즈 야구단의 이장석 대표이사(오른쪽)와 넥센타이어의 강호찬 사장이 5일 네이밍스폰서십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히어로즈는 넥센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2018년까지 KBO리그에서 활동한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
이에 넥센타이어도 히어로즈의 가치와 위상을 재고하며 달라진 대우를 했다. 히어로즈의 가치는 2년 전보다 더욱 커졌다. 그들의 이름이 되고 싶어하는 기업은 꽤 있었다. 여기에 3년 후 그 가치는 더욱 커질지 모른다.
그런 가운데 이장석 대표이사가 강조했던 ‘동반자’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른다. 3년 후 다섯 번째 계약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네 번째 계약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번과 달라질 게 하나 있다. 새로운 동반자를 찾을 경우 ‘엄격한 기준’이 생겼다는 것이다.
히어로즈는 지난 10월 23일 ‘일본계 종합금융그룹’ J트러스트와 협상 논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부업을 정리하며 제2금융업을 하고 있던 데다 일본계 자본이라는 게 국민 정서에 위배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처음에는 “문제될 게 없다”라고 항변했으나 히어로즈도 결국 두 가지 비판을 수용했다.
그리고 이번 논란으로 제2금융업 및 해외 자본(특히 일본계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는 걸 깨달았다. 넥센타이어로 방향을 튼 데에는 J트러스트 협상 논의 보도 후 들끓었던 여론이 영향을 끼쳤다. 이에 대한 여론이 변하지 않는 한, 히어로즈도 수용하기 어려워졌다. 3년 뒤에도.
히어로즈는 현실적으로 ‘실익’을 따져야 하는 야구단이다. 야구단이 곧 기업이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 창출이다. 더 좋은 조건을 보장하는 곳과 손을 잡는 건 당연한 기업 논리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며 더 큰 걸 놓칠 수 있다는 걸 인지했다. 넥센타이어는 히어로즈에 첫 협상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으나, 복수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까지는 아니었다. 히어로즈는 이번 계약 연장을 하면서 6년간 이어온 넥센타
히어로즈는 좋은 대우를 희망한다.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상식선이라는 게 그어졌다. 그리고 그 선 위에서 3년 뒤 새로운 협상을 가질 것이다. 꺼진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으나 히어로즈가 스스로 키울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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