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공항) 윤진만 기자] ‘한국 선수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한국 선수들이 중동, 동아시아 국가의 구단으로 이적하면서 생겨난 한국 심판들의 고충이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중 외국팀에서 뛰는 한국 선수를 마주했을 때, 감정을 완벽히 제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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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간판 주심 김종혁 심판은 해외팀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에게 "경기 중 한국말은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사진(호주 멜버른)=AFPBBNews=News1 |
7일 알아흘리-광저우헝다간 2015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관장하는 김종혁 국제심판(32·주심)은 5월6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알나스르(사우디)-레크위야(카타르)간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마치고 파비안 에스토야노프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남태희와 마주했다.
“경기를 끝내고 인사를 하는데, 얼굴에 피를 흘리더라. 물어보니 다른 팀 선수에게 맞았다고 했다. 짠했다. 남태희는 정말 젠틀한 선수인데….”
윤광열 국제심판(39·부심)은 “외국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을 보면 자랑스럽다. 만나면 반갑다. 경기에 이겼을 때는 끝나고 축하 정도는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국내 심판들은 경기 전후 반갑게 인사하고, 위로를 건넬지언정 경기 중에는 한국 선수, 외국 선수에게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김종혁 심판은 “예를 들어 내가 담당한 경기에서 A팀이 이겼고, 그 팀에는 한국 선수 B가 뛰었다. 그러면 상대팀에서 B가 한국 선수냐고 묻는다. 맞다, 고 하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동팀이 특히 다른 시선으로 본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에게 경기 중에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한국말로 말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윤광열 심판이 거들었다. “우리를 관리하고 점수를 매기는 심판 감독관이 지켜본다. 한국 선수에게 판정 혜택을 주는 순간 우리 심판들이 망가진다”며 유리한 판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례로 김종혁 심판은 3월18일 팍타코르-알아인전에서 후반 30분 이명주 소속팀 알아인의 미로슬라프 스토크에게 퇴장을 명했다. 알나스르-레크위야 전에서 남태희에게도 후반 44분경 경고를 빼 들었다.
김종혁 주심 윤광열 정해상 부심 김희곤 대기심은 7일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알 아흘리-광저우 헝다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을 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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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흘리의 결승 진출 일등공신, 권경원. 결승 무대에선 광저우헝다 수비수 김영권을 상대한다. 사진(UAE 두바이)=AFPBBNews=News1 |
두 팀에는 각각 중앙 미드필더 권경원과 센터백 김영권이 뛴다.
1997~2000년 수원삼성에서 ‘올리’라는 이름으로 뛴 지한파 루마니아 출신 코스민 올라로이우도 알 아흘리 지휘봉을 잡고
“8강전을 앞두고 코스민 감독이 ‘안녕하세요.’ ‘나 수원에서 뛰었어’라고 한국어로 말해서 깜짝 놀랐다”는 김종혁 심판은 “다혈질인 것 같았는데 경기 중에는 자제하려고 하더라. 선수들도 전체적으로 매너가 좋았다.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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