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고교 레벨에서 홈런이 쉽게 나올까요?”
12일 제7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고척스카이돔. 한 관계자는 고척돔의 펜스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고척돔의 펜스거리는 좌우측 99m, 중간 122m로 잠실구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펜스 높이도 5~6m라 큰 타구도 담장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흔히 돔에서는 홈런이 잘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돔구장은 외부와 차단된 공간 안의 공기가 상승기류를 발생시켜 타구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도쿄돔에만 국한된다는 설명도 있다. 도쿄돔은 지붕을 공기를 불어 넣어 띄우는 공기부양식 돔구장이다. 반면 고척돔의 경우는 도쿄돔과 같은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펜스 규모도 크지만 바람의 영향이 없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 역사적인 고척돔 개장 축포를 쏘아 올린 서울고 1학년 강백호가 홈런볼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문화뉴스 제공 |
물론 고교생이 고척돔 개장 홈런을 터트리기를 바라는 마음도 많았다. 1982년 개장한 잠실구장도 고교생이 첫 홈런을 신고했다. 당시 개장기념으로 열린 우수고교초청대회에서 경북고 3학년이었던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부산고 투수 김종석을 상대로 개장 축포를 쏘아 올렸던 것. 박유모 부산고 감독은 “내가 그 때 부산고 1학년 학생이었다. 상대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을 보고 아쉬운 마음도 컸는데, 이번에는 우리학교에서 나오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고에는 올해 홈런 4개를 터트린 한기원(2학년)이라는 거포가 있다. 180cm, 120kg의 체격에 우투우타인 한기원은 멀리서 봐도 이대호나 최준석과 흡사한 체격이었다.
그러나 역사적인 고척돔 첫 홈런의 주인공은 서울고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서울고 4번타자인 강백호(우투좌타). 이제 1학년인 강백호는 막내답지 않게 올해 4개의 대포를 가동한 미래의 거포로 역시 고척돔 개장홈런을 터트릴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다. 강백호는 12일 경기고와의 16강전 9-6으로 앞선 8회말 1사후 경기고 투수 최하늘을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공을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대포를 쏘아 올렸다. 비거리는 115m. 국내 무대에서 내로라하는 거포들도 신고하지 못해, 고교생에게는 쉽지 않으리라는 편견을 깬 시원한 한 방이었다.역사적인 홈런이기도 했지만 팀 승리를 결정짓는 쐐기포 역할도 했다. 서울고는 경기고를 10-6으로 누르고 8강전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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