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우승 이후 남겨진 것들을 고민해 볼 때다. 진짜 국가대표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2015 WBSC 프리미어12(프리미어12) 초대 우승팀이 됐다. 뿌리부터 탄탄한 야구 국가대표에 대한 문제를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한국야구의 아름다운 여정이 우승이라는 찬란한 결과로 유종의 미를 맺었다.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은 2년 연속 성인 무대에서의 국제대회 제패의 쾌거로 대한민국 야구의 위상도 다시 한 번 드높였다.
과정과 결과를 놓고 봐도 참 뿌듯한 기억이다. 숙적 일본에게 참패를 당한 것을 준결승서 역전승으로 되갚았고, 역시 예선 라운드 오심이 겹쳐 패했던 미국을 결승전서 완벽하게 꺾었다.
선수들이 대회서 보여준 경기력이나 투지, 김인식 대표팀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가 보여준 지도력, 선수단을 물심양면 뒷받침한 KBO의 노력 등, 많은 사람들이 힘이 하나로 모인 인화의 우승인 것도 더욱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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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야구대표팀이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승리, 초대 대회 챔피언에 등극했다. 환하게 미소짓는 선수단.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일본이 수년간 세대교체를 진행하며 젊고 강력한 새로운 세대의 ‘사무라이 재팬’을 만든 것을 경기장에서 직접 경험한 이후의 허심탄회한 진심. 일본은 2013년부터 국가대표 전임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고쿠보 히로키 감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세대교체를 진행했고, 이번 대회도 과거 일본대표팀의 터줏대감들이 아닌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지금 팀을 맡고 계시는 감독분들은 아무래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동계 팀 훈련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대표팀 대회 기간이 짧은 것 같아도 준비기간까지 따지면 상당히 긴 시간”이라며 기존 프로 감독들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 어려운 이유들을 꼽았다. 동시에 ‘책임감’은 큰데 비해서 실질적인 준비 기간은 부족하고 받을 비난도 큰 ‘독이 든 성배’와 같은 국가대표 감독의 비애도 덧붙였다.
그래서 김 감독은 수년간 뜨거운 감자였던 전임감독제가 체계적인 국가대표팀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감독은 “결국 앞으로 전임감독제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당장 2017년에 열리는 제 4회 WBC만 하더라도 사실 그해 초에 열리기 때문에 내년 가을부터는 차근차근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야구월드컵 등의 대회와 WBC, 아시안게임 등에 더해서 만약 올림픽에서 야구가 부활한다면 거의 매년 국제대회가 열린다. 그때마다 새로운 감독을 꾸리고, 또 완전히 새로운 대표팀을 부랴부랴 만들다 보면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의 고언이 의미있는 것은 ‘세대교체’나 체계적인 대표팀과도 연관이 있다. ‘국제 관심도도 떨어지는 해당 대회에 젊은 선수들 위주로 참가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감독은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김 감독은 “그런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경험들을 어떻게 이어나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며 “그래서 상비군 제도 같은 것들도 고민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수년만에 상비군을 부활시켰다. 그러나 해당 선수들을 소집하는 과정에서도 각 구단의 여러 사정이 얽혀 제대로 된 대표팀 상비군을 꾸리지 못했다는 것.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이나 향후 국제대회를 생각하면 앞으로도 상비군 제도가 있으면 좋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더라”며 “시간이 없었다. 또 소집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 각자 구단들에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해당 선수들의 소집불가의 이유를 들며 교체를 요구하는 팀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대회에 출전해 일회성의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선수들을 준비시키고, 대회서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바탕이 될 시간과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그것이 대표팀의 연속성을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본 것. ‘젊은 선수들 보내서 국제 경험이나 쌓게 하지 왜 여러 선수들만 고생시키느냐’는 지적들은 근본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주축급 선수들을 소집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김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있었던 경미한 부상들이나 무리해서 생긴 피로가 있을텐데 혹시나 이것들이 대회서 큰 부상으로 나타날까봐 염려하는 구단과 감독들의 마음도 이해한다”면서도 아쉬운 마음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병역혜택이라는 눈에 보이는 당근이 없었다. 그렇기에 일부 구단에서는 선수 차출에 대해 비협조적이거나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벌써 수년째 이런 논란들이 반복되면서 ‘국가대표’의 의미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장 축구대표팀만 하더라도 ‘국가대표’는 최고의 선수들이 끊임없는 경쟁을 펼쳐 쟁취해야 할 영광스러운 자리라는 인식이 있다.
한 야구관계자는 “야구 대표팀은 병역혜택이라는 파이를 위해서 각 구단들에서 국가대표를 고르게 배분해서 배출하기도 한다”면서 “그것이 진정한 국가대표라고 볼 수 있을까 싶다”며 꼬집었다. 당장 각 구단들과 선수들에게 ‘국가대표의 품격과
다음을 떠올린다면 어떤 국가대표를 만들지에서부터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원점에서의 고민도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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