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너무 조용해 이상했다. 무소식에 답답하던 롯데 구단도 ‘설마’ 했다. 그런데 가장 우려했던, 생각지도 못했던 최악의 소식이 전해졌다. 손아섭(27·롯데)을 원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한 군데도 없었다.
손아섭의 포스팅 마감일은 한국 시간으로 24일 오전 7시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한국야구위원회(KBO)로 최고 응찰액을 통보하면, KBO가 롯데 구단에 곧바로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마감 시한을 4시간이나 넘긴 오전 11시에도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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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에 이어 황재균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도전장을 던졌다. 사진=옥영화 기자 |
확실한 온도차의 결과는 충격이었다. KBO는 24일 늦은 오전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손아섭에 대한 포스팅 결과 응찰액 제시 구단이 없음을 통보 받고 이를 롯데에 통보했다.
손아섭은 지난 23일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세종시에 있는 훈련소에 입소한 상태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롯데 구단도 크게 당혹했다. 당연히 손아섭도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것이다.
예상보다 더 냉랭했던 메이저리그 구단의 반응을 훈련소 동기인 황재균(28·롯데)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러나 황재균의 선택은 예정대로 메이저리그 도전이었다. 롯데 구단은 손아섭의 메이저리그행이 좌절된 뒤 곧바로 황재균의 의사를 존중해 포스팅을 진행하기로 했다.
황재균은 무모한 모험수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황재균이 뒤늦게 구단에 통보를 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준비는 오랜 시간 착실히 해왔다.
황재균은 외야수가 아닌 내야수, 특히 3루수가 주포지션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함이 있다. 또 한 방을 때릴 수 있는 파워 히터의 매력도 있다. 프리미어12에서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아섭 쇼크'를 지켜본 국내 야구판의 '황재균 포스팅'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바라보는 눈높이는 손아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그럼에도 이들의 도전 자체를 폄하할 수 없다. 문은 두드려야 열린다. 전략적인 숨은 의미도 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일종의 PR 개념이다. 올해의 실패가 밑거름이
손아섭과 황재균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힌 이대호(소프트뱅크) 오승환(한신) 김현수(두산) 등과는 다른 입장이다. 황재균은 올해 실패를 하더라도 1년 뒤, 손아섭은 2년 뒤 더 좋은 조건에서 재도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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