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다사다난, 이 말이 딱 어울리는 2015년 프로야구다. 1982년 출범 이래 사상 첫 10구단 시대를 열었으며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하지만 부끄럽고 시끄러웠던 일도 많았다.
‘MK스포츠’는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2015년 프로야구의 이슈를 숫자로 정리한다. 올 한 해가 남은 날짜만큼 풀어간다. 12월 3일은 2015년의 남은 29번째 날이다. 29에 관한 이슈를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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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7월 9일 대구 SK-삼성전은 김광현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사진=MK스포츠 DB |
29 : 김광현의 등번호
SK 와이번스 에이스, 국가대표 에이스. 어디서나 ‘에이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남자 NO.29 김광현(27). 그러나 올해 김광현은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김광현은 지난 7월 9일 삼성 라이온즈전(대구)에 선발 등판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4회, 김광현은 2사 후 최형우에게 2루타를 맞으며 실점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박석민이 김광현의 공을 친 게 내야 높이 떠올랐다. 김광현은 물론, 3루수 김연훈과 1루수 브라운까지 이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몰려 들었다. 그러나 절묘한 위치에 떨어진 공을 모두 놓쳤다.
바운드가 된 공을 향해 김광현과 브라운이 동시에 글러브를 내밀었다. 곧이어 홈까지 달려드는 최형우를 김광현이 글러브로 태크했다. 심판은 아웃 판정. 삼성도 큰 문제없이 넘어가며 이닝이 바뀌었다.
하지만 당시 TV 중계 화면을 통해 공이 김광현이 아닌 브라운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간 게 드러났다. 김광현은 ‘빈 글러브 태그’로 위기를 탈출한 셈이다. 그 누구도 김광현의 글러브 안에 공이 없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못 잡은 김광현과 잡은 브라운만 빼고. 김광현은 이후 8회 2사까지 마운드에 올라 10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심판의 눈은 피했으나 야구팬의 눈은 피하지 못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김광현은 경기를 마친 후 “태그를 위해 연속적인 동작을 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절대 일부러 속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논란은 하루가 지나도 뜨거웠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김광현을 두둔했다. 류 감독은 “공이 글러브에 들어온 줄 알고 아마 순간적으로 그랬을 것이다”라며 “우리도 몰랐다. 그저 경기의 일부분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 이 일을 확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오늘 분명히 인천에서 ‘의도적이 아니었다. 미안하다’는 내용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날 인천에서 취재진을 맞이한 건 김용희 SK 감독뿐이었다. 김광현은 류 감독의 생각과 달리 따로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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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7월 9일 대구 SK-삼성전의 4회 2사 2루서 공은 누구의 글러브에 들어갔을까. 사진=‘KBS N SPORTS’ 중계 화면 캡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