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차우찬(28·삼성)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서였다. 워낙 과묵한 성격이라 몇 번 대화를 나누어 보지 못했다. 운동을 할 때도 조용히 자신에게 필요한 프로그램만 묵묵히 수행하는 스타일이어서 차우찬을 잘 알기 어려웠다. 그저 열심히 운동하는 좋은 선수로 기억했다.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다시 만난 차우찬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대만에서 예선전을 마친 후 8강전을 앞두고 차우찬이 트레이너실을 방문했다. 그가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대단한 활약을 했던 2015시즌이다. 멕시코전에서 3이닝을 던진 다음날이기도 해서 피로가 쌓였던지 몹시 지쳐있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힘들면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에게 얘기해 주겠다”고 했는데 차우찬은 “이 곳에 온 선수치고 힘들지 않은 선수가 있냐”고 하면서 미소를 지으며 트레이너실을 나갔다. 그 ‘국대 투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짠하면서도 고마웠다.
![]() |
↑ "프리미어12"에서 우리 모두가 믿었던 투수 차우찬. 사실 누적된 피로로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그는 기대를 채우는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차우찬의 신체 능력을 살펴보면 유연성이 조금 부족하지만, 스피드가 뛰어나고 신체 밸런스가 좋다. 투수에게 있어 유연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부족한 부분을 본인이 알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지금껏 꾸준히 최강팀 삼성의 든든한 버팀목 투수로 활약하는 것 같다. 장점인 몸의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거리 달리기 때마다 집중력을 가지고 전력 질주를 해서 스피드를 향상시키거나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참 프로다워 보였다. 타고난 부분을 지키고 타고나지 않은 부분을 메꾸어내면서 ‘노력하는 천재’가 되기 위해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선수인 듯하다.
2015시즌 ‘탈삼진왕’이었던 차우찬은 KBO에서는 삼성 마운드의 보배였고, 이번 ‘프리미어12’에서는 우리 대표팀의 효자였다. ‘믿고 쓰는 차우찬’은 가장 많은 경기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튼튼하게 막아내는 불펜 최고의 활약으로 한국을 초대 챔프로 밀어 올렸다.
차우찬처럼 좋은 투수를 가지고 있는 팀은 강팀이 된다. 게임을 지지 않게 만드는 마운드의 힘이란. 그래서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번 대회를 마친 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 아쉬운 것은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투수의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파트에서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지만, 각각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공유하여 발전시키는 데는 부족함이 있는 것 같다. 투수 코치는 던지는 투구 동작은 잘 알지만 (선수 개개인의) 체력적 문제를 정확하고 세세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피칭 코치와 트레이너 전문가가 선수의 기량 향상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단순하게 운동장에서 얼마나 긴 시간을 운동했는지 얘기하는 것보다는 선수의 신체적 특징에 따라서 필요한 운동을 지도하고 좋은 투구 동작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우찬은 3일 KBO가 선정한 올해의 '페어플레이상' 수상자로 발표됐다. 역시 그를 보면 기분이 좋았던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점점 잘 됐으면 응원하고 싶은 투수, 앞으로도 ‘그를 닮은’ 투수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은 좋은 투수, ‘차우차우’의 내년 시즌도 멋진 활약을 기대해 본다. (김병곤 스포사피트니스 대표/‘프리미어12’ 대표팀 트레이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