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연말하면 빠질 수 없는 행사인 시상식. 야구계도 예외는 아니다. 시즌 MVP와 신인상이 주인을 찾았고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도 선정됐다. 굵직굵직한 시상식들은 종료됐다. 그러나 단순히 최고의 선수만 뽑기는 아쉽다. 이에 여러 부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한 선수들을 함께 돌아봤다.
먼저 올 시즌 직전까지 팬들에게 크게 각인되지 않았지만 수직 상승한 실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들이 있다. 허경민(두산), 이태양(NC)이 꼽힌다. 허경민은 이번 시즌 전까지 대중에게 크게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군복무를 마친 뒤 점차 출전 기회를 늘렸으나 여전히 백업자원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 경이로운 반전을 이뤄냈다.
당초 두산의 3루는 외인타자 잭 루츠의 자리. 하지만 그는 부진했고 대체외인으로 합류한 로메로 역시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사이 허경민이 틈새를 파고들며 활약하더니 점차 출전기회를 늘렸다. 결국 올 시즌 117경기에 나서 3할1푼7리, 128안타, 41타점, 64득점을 거두며 붙박이 ‘핫코너’주인이 됐다. 포스트시즌은 더 날았다. 기간 동안 23안타를 때리며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국가대표에도 승선한 그는 올 시즌 말 그대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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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쪽부터 시계방향 강민호-김경언-박경수-이태양-이현승-허경민) 올 시즌 이들 각각 자기 역할에 맡는 의미 있는 활약을 펼쳤다. 사진=MK스포츠 DB |
두 번째, 올 시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며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선수들이 있다. 해당 선수는 김경언(한화)과 박경수(kt). 김경언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음에도 마무리캠프에 합류하는 열정을 보이며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붙박이 주전이 되지 못했던 그는 지난 시즌 89경기에 출전해 3할1푼3리, 52타점, 94안타를 기록하며 좋은 조짐을 보이더니 올 시즌에 돌입하자 3할3푼7리 127안타 78타점을 거두며 한화의 주축선수가 됐다. 시즌 중반 종아리 근육 파열로 한 달여간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 빠졌던 상황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을 정도로 팀과 스스로를 놀라게 만든 대활약이었다. 김경언이 지난 시즌 끝나고 체결한 FA 계약은 3년간 8억 5000만원. 팬들에게 가성비 최고의 활약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박경수 역시 반전 그 자체였다. 2003년 이후 계속 LG에서 뛰었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신생팀 kt로 4년간 18억 2000만원을 받고 이적했다. 당시 여론은 좋지 않았다. 보여준 것에 비해 너무 거액을 받고 입단했다는 것. 그러나 박경수에게 kt는 마법을 선보일 새 터전이었다. 타율 2할8푼4리에 22홈런, 그리고 73타점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신생팀 kt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까지 2할대 초반, 최근 3년간 홈런수가 5개를 넘기기도 어려웠지만 이번 시즌 홈런 22개를 때리며 잠재됐던 공격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세 번째로 인상 깊었던 이들은 바로 지난 시즌의 부진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한 스타급 선수들이다. 대표적으로 롯데의 안방마님 강민호가 꼽힌다. 2013년 시즌 후 4년간 75억원이라는 매머드급 계약을 맺었던 강민호는 다음 시즌서 98경기 출전, 2할2푼9리, 16홈런, 40타점으로 최악의 해를 보내게 된다. 2005년 풀타임을 제대로 소화하기 시작한 이후 최악의 타율.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실망도 컸다. 한국 대표 포수라는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와신상담한 강민호는 이번 시즌 완벽히 부활했다. 포수로서 11년 만에 30홈런 이상을 달성함과 동시에 3할1푼1리의 타율과 118안타 86타점을 기록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강민호가 기록한 OPS 1.060은 2000년 박경완이 세운 역대 포수 최고 기록도 넘어섰다. 또 만루찬스에서도 5할4푼5리의 초강세를 보이며 이번 시즌 ‘만루사나이’로 거듭나기도 했다.
기적의 사나이에는 이현승(두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9년 13승 달성 이후 내리막길은 탔다. 특히 지난 2013년 시즌이 끝난 뒤 힘든 부상과 재활의 터널을 지나고 마운드에 다시 올랐지만 이듬해도 결국 특별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존재감이 평범해질 무렵, 올 시즌을 앞두고 이현승은 5선발의 특명을 받고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암초가 생겼다. 시범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것.
그러나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시즌 중반 수호신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은 이현승은 이번 시즌 41경기에 나와 3승 1패 18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하며 자신의 적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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