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세계 여자골프 순위 50위 이내에 든 한국선수는 모두 22명이었다. 시즌이 끝나고 2015년을 열흘 정도 남겨둔 현재, 세계 50위 이내 한국여자골퍼 숫자는 한명 늘지도 않고, 한명 줄지도 않은 22명 그대로다. 하지만 순위 변화는 요동을 쳤다. 새롭게 ‘톱50’ 이내로 들어온 선수가 있는가 하면, 순위 밖으로 밀린 선수도 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에 출전할 수 있는 자리는 고작 ‘4석’.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 ‘4자리’를 차지하려는 한국 여자골퍼 순위 싸움은 더욱 불을 뿜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여자골프 랭킹으로 따진 한국여자골퍼 ‘톱 22’ 중 가장 순위 도약이 컸던 선수는 누구일까. 아마도 US여자오픈을 비롯해 ‘한·미·일’ 3국에서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나 LPGA 신인왕 김세영(22·미래에셋)을 떠올릴 지 모르겠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인공은 남다른 활약을 펼친 ‘남달라’ 박성현(21·넵스)이다. ‘남과 달라야 성공할 수 있다’며 골프백에 ‘남달라’ 글귀를 쓰고 다니는 박성현은 올초 세계순위 169위에서 현재 28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무려 141계단 상승이다.
여러 면에서 박성현보다 한수 위 활약을 펼친 전인지는 올초 19위에서 10위로 9단계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인지의 순위 상승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은 상위권 선수 순위 상승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또 박성현이 올해에 비해 지난해 활약이 크지 않았다는 사실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올초 50위 이내에 든 선수 중 가장 큰 발걸음을 한 선수는 LPGA 데뷔 첫해에 3승을 올린 김세영이다. 올초 39위에 머물렀던 김세영은 32계단을 뛰어 최근 순위에서 7위를 기록했다. 2위 박인비, 6위 유소연에 이어 한국선수 ‘넘버 3’다. 1계단 올리기도 힘든 상위권 선수 경쟁 속에서 32계단이나 오른 것은 정말 ‘기적같은’ 활약을 펼쳤다고 밖에 할 수 있다. 김세영은 LPGA가 뽑은 올해의 샷 ‘톱10’에 1위를 비롯해 3개나 올리는 대단한 샷을 날렸다. 일본여자골프 사상 처음으로 상금 2억엔을 돌파한 이보미(27·혼마)도 올초 36위에서 15위로 21계단을 뛰어 올랐다. 거의 일본에서만 뛴 성적으로 21계단이나 오른 것은 일본여자골프를 ‘접수’했다고 해도 될만큼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는 방증이다. 양희영(26·PNS)도 23위에서 8위로 15계단이나 상승했다.
하지만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최저 타수상을 받으며 명예의 전당 포인트를 모두 채운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오히려 올해 초 1위에서 2위로 순위가 내려 앉았다. 2위에서 1위로 오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의 선전을 ‘포커 페이스’ 박인비조차 말리지 못한 셈이다.
올 초와 비교할 때 가장 순위가 많이 밀린 선수는 “너무 LPGA를 만만하게 본 것 같다”고 자기반성하고 있는 백규정(20·CJ오쇼핑)이다. 지난 해 하나외환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무대에 입성한 백규정은 올초 11위로 순위가 무척 높았지만 현재 38계단이나 떨어진 49위까지 추락했다. 상승 하락을 모두 따졌을 때 올 초 50위 이내 선수 중 가장 순
한국 남자골퍼 중에서는 유럽프로골프투어 신인왕 안병훈(24·CJ오쇼핑)이 올초 179위에서 무려 151 계단 상승한 28위까지 치고 올랐고 5년만에 다시 일본남자골프 상금왕에 오른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도 284위에서 59위로 225 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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