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이미 예정된 이별이었다. 보통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는 법이지만 서로 웃으며 헤어졌다. 하지만 그 실연의 상처가 한 쪽에게는 너무나도 크게 남았다. 바로 두산 베어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외야수 김현수(27)와의 이야기다.
볼티모어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김현수의 영입을 공식 발표하고 입단식을 열었다. 이로써 미국 메이저리그를 향한 김현수의 꿈은 현실이 됐다.
올해 많은 한국 선수들이 포스팅 입찰과 자유계약(FA) 신분으로 빅리그의 문을 두들겼다. 그 가운데 김현수는 가장 조용하게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거창하게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지도 않았다. 김현수는 올 시즌 종료 후 국가 대표팀으로 참가한 국제 대회 2015 WBSC 프리미어12이 끝날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 두산 베어스와 김현수는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예고된 이별을 했다. 아름다운 이별의 모양새지만 두산에게는 쓰디쓴 실연의 상처가 남았다. 사진=MK스포츠 DB, 볼티모어 제공 |
원 소속팀이었던 두산도 김현수만큼은 꼭 잡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FA 야수 최고액은 당연히 경신할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이별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12월의 첫 날. 한국야구위원회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김현수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김현수의 에이전트 측은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에 맞춰 현지로 출국해 물밑 접촉에 나섰다. 이후 김현수가 직접 움직였다. 김현수는 지난 17일 극비리에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현수가 계약한 팀이 볼티모어라는 이야기가 현지 매체에서 보도됐다. 김현수는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고 생각보다 공식 발표는 늦어졌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이 찾아왔다. 김현수는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었다. 육성 선수에서 메이저리거까지. 또 하나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김현수와 그를 키워준 두산은 헤어졌다.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할 시간이 있었던 이별. 하지만 두산의 속은 쓰리다. 무조건 잡아야 했고 잡겠다던 김현수는 떠났다. 팀 타선의 중심에서 맹활약한 김현수의 빈자리를 어떻게든 메워야 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올 시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4번 타순이었다. 두 외국인 타자의 시원치 않았던 모습이 원인. 김현수가 지난 8월부터 4번 타순으로 들어가면서 난제가 해결됐다. 이후 한국 시리즈까지 ‘4번’ 김현수의 맹타는 이어졌다. 큰 경기에 약하다는 편견까지 지운 맹활약이었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력을 보강 해도 아쉬운 상황에서 김현수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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