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상하이 동방체육관에서는 지난 26일 ‘로드 FC 27’이 열렸다. 중국 국영 스포츠채널 ‘CCTV-5’ 생중계가 최대 시청점유율 4.8%로 전국 5위에 오르는 등 성공적인 대회였다.
‘로드 FC 27’에서 가장 큰 화제는 무제한급 토너먼트 준준결승이었다. 제41대 천하장사이자 2005년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 챔피언 최홍만(36)과 내몽골자치구 출신 종합격투기(MMA) 선수 아오르꺼러(21·중국)였다. 최홍만은 메인이벤트 1라운드 도중 상대 루오췐차오(19·중국)가 ‘오른쪽 회전근개파열’로 경기를 포기하면서 기권승 했다. 아오르꺼러는 XTM 리얼리티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시즌 3 출연자 김재훈(27)을 24초 만에 펀치 KO로 이겼다.
귀빈석에 앉아있던 정문홍(42) 로드 FC 대표가 대회 도중 의자를 박차고 자리를 이탈한 것도 국내 격투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회자했다. 직원들이 정문홍 대표를 말리는 사진이 증거로 제시됐다. 한국팬들은 ‘로드 FC 27’ 메인이벤트로 가장 중요한 경기가 루오췐차오의 기권으로 허탈하게 끝난 것에 대한 격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MK스포츠의 ‘로드 FC 27’ 현장취재결과는 다르다. 우선 루오췐차오-최홍만 경기 당시 정문홍 대표는 귀빈석에 있지도 않았다. 동방체육관 모처에서 선 채로 경기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정문홍 대표가 의자에 감정을 격하게 표출하고 귀빈석을 벗어난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시점은 메인이벤트가 아닌 김재훈-아오르꺼러 경기 종료 직후였다. 아오르꺼러의 승리는 화끈했으나 주심은 물론이고 주변이 모두 말리는데도 김재훈을 계속 때리려 하는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김재훈의 세컨드였던 제2대 로드 FC 라이트급(-70kg) 챔피언 권아솔(30)이 동료를 보호하고자 케이지에 진입하여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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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홍(왼쪽) 로드 FC 대표와 최홍만(가운데)이 ‘로드 FC 27’을 위한 중국 상하이 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박상민 로드 FC 부대표. 사진(김포국제공항)=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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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르꺼러(왼쪽 적색 하의)와 권아솔(오른쪽 백색 상의)이 ‘로드 FC 27’ 2부 제4경기 종료 후 대립하고 있다. 아오르꺼러가 김재훈을 KO로 이겼음에도 가격을 멈추지 않자 세컨드였던 권아솔이 동료 보호 차원에서 케이지에 진입했다. 오른쪽은 UFC 심판으로도 활약하는 허브 딘. 사진(중국 상하이)=강대호 기자 |
중국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에서 지난 28일 MK스포츠를 만난 정문홍 대표는 “아오르꺼러의 무례함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뛰쳐나갔다”고 설명하면서 “단체 대표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직접 주심과 채점 심판진에게 감점이나 실격패 등 강력한 조처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항의를 하려고 했다. 이에 대해서는 본분을 잊었기에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로드 FC는 2015년 7월 중국 인터넷 보안회사 ‘치후’와 핵심후원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상하이대회는 세계 4대 휴대전화 생산업체로 급부상한 ‘샤오미’가 후원했고 CCTV-5가 생중계했다.
정문홍 대표는 “로드 FC가 중국 편을 든다거나 상하이대회 대진을 중국 선수들의 승리를 염두에 두고 구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나도 로드 FC 대표 이전에 한국인이자 메이저대회 데뷔를 목표로 일본 유학까지 갔던 MMA 선수였다. 후원사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나 그렇다고 한국을 역차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드 FC 관계자가 전하는 상황은 좀 더 극적이다. MK스포츠와의 4일 통화해서 이 관계자는 “정문홍 대표 주변에 착석한 귀빈들은 대부분 중국 후원사 중역이었다”면서 “중국 고위관계자들은 아오르꺼러의 난동보다 권아솔의 난입을 더 부정적으로 봤다. ‘한국 선수들은 원래 저렇게 버릇이 없습니까?’라는 말에 정문홍 대표가 분노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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