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86일 만에 정상 궤도로 진입했다. 대한항공이 3달 간 이어진 OK저축은행의 독주 구도를 깼다. 마냥 예고됐던 뒤집기는 아니다. 대한항공도 고비는 있었다. 마이클 산체스의 예상치 못한 이탈 때문. 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토종 선수들로 고비를 넘기자 파벨 모로즈가 지원군으로 합류했다. 가까스로 궤도 이탈을 막은 대한항공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비상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우리카드와의 원정 경기서 세트 스코어 3-0(25-17 25-14 25-20)으로 승리했다. 2연승을 달린 대한항공은 시즌 17승 8패(승점 52)로 OK저축은행(승점 51)을 제치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26일 이후 처음으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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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선수단 사진=천정환 기자 |
사실 모로즈를 받쳐주는 대한항공 선수들이 워낙 뛰어났다. 정지석은 리시브 24개 중 23개를 정확히 받았다. 리시브 라인이 안정된 데다 한선수(59세트 중 35세트 성공)의 질 높은 토스까지 받은 모로즈는 훨훨 날 수밖에 없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경기 전 선두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고 강조했다. 그동안 3차례 정도의 선두 탈환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고자 애썼고 그 결과 승점 3점으로 내심 고대하던 선두 자리에 올랐다.
김 감독은 “순위에 크게 신경 안 쓰려고 한다. 3번 정도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 졌을 때 제가 굉장히 화를 많이 냈다. 이후 내가 선수들보다 욕심이 과 했구나 라고 느꼈다. 부담을 안 주고 활기차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려고 한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곽승석과 신영수가 자기 역할을 해줄 시기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선두 탈환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위기는 역시 산체스의 이탈이었다. 훈련 중 갑작스러운 부상을 당한 산체스 없이 토종 선수들로만 싸웠어야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저력은 대단했다. 토종 선수들로만 시몬과 그로저가 버틴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를 꺾었다. 그 고비를 넘긴 대한항공은 모로즈가 합류하자 훨훨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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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
한선수는 “산체스가 없을 때 선수들끼리 잘 버텨준 것이 상위권 진입의 버팀목이다. 선수들한테 고맙다. 우리가 외국인 선수로만 하는 팀이 아니기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고 설명했다.
‘모로즈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김 감독이 원했던 모로즈의 모습은 팀의 활력소가 되는 것. 이를 100% 이상 수행했다. 김 감독은 “(모로즈가) 기록적으로는 산체스와 비슷하지만 공격성공률에서 앞선다. 무엇보다 첫 번째로 원했던 것이 팀의 활력소 인데 그 부분은 정말 만족스럽다. 모로즈는 높은 공과 빠른 공을 다 처리 가능하다.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로즈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한선수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선수는 “모로즈가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었다. 경기에 임하는 분위기가 좋아졌다. 더 단합하게 되고 득점 하나를 해도 더 기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
선두를 탈환한 이상 양보는 없다. 김 감독은 5라운드 시작부터 전승을 노린다. 김 감독은 “신경 안 쓰이는 경기는 없다. 5라운드 시작부터 승부 걸어야 한다. 여기서 한 경기라도 쳐지면 6라운드 때 더 힘들다. 지금이 승부처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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