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투산) 이상철 기자] 진화하는 공룡,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는 나성범(27·NC)이다. NC가 성장하는 만큼 나성범도 성장하고 있다.
‘폭풍 성장’이다. NC의 프랜차이즈스타를 넘어 어느덧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국가대표로도 발탁, 두 차례(2014 인천아시안게임-2015 WBSC 프리미어12)나 우승을 경험했다. 골든글러브도 2년 연속 수상했다.
성적은 훌륭했다. 개인 최고 기록을 하나씩 갈아치웠다. 지난해에도 처음으로 전 경기 출전(144경기를 뛰 선수는 10개 구단 통틀어 총 6명)과 함께 개인 안타(184)-타점(135)-득점(112)-도루(23) 신기록을 세웠다. 20(홈런)-20(도루)은 처음.
프로는 실력이다. 그리고 연봉은 자존심이자 그 잣대이기도 하다. 나성범은 4000만원-7500만원-2억2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뛰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한 번이라도 취득하지 않은 팀원 가운데 최고 몸값이다.
2015년, 나성범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은 한 해였다. 2016년, 더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는 나성범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만났다.
↑ NC 다이노스의 나성범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2016년에는 우승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美 투산)=옥영화 기자 |
나성범에게 2015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NC는 시즌 막바지까지 삼성을 위협하며 1위 경쟁을 벌였다. 84승 3무 57패로 삼성에 2.5경기 차 뒤진 2위. 1년 전(70승 1무 57패)과 비교해 패배는 같은데 14번을 더 이겼다. 7위→3위→2위로 계단을 껑충껑충 뛰어올랐다. 그리고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직행.
1년 전 가을야구 경험(준플레이오프 1승 3패로 탈락)을 한 데다 나성범을 비롯해 ‘MVP’ 테임즈, ‘다승왕’ 해커 등 개인 성적도 뛰어났다. 3번째 시즌 사고를 칠 기회였다. 그러나 경험이 좀 더 필요했다. NC는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2승 1패로 우세를 점했지만 이후 두산에 4,5차전을 내줬다.
나성범은 “정규시즌을 마쳤을 때지는 모든 게 좋았다. 하지만 2014년과 2015년은 달랐다. 2014년 곧바로 포스트시즌을 치렀던 반면, 2015년에는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처음 해보니 뭐랄까, 약간 지루한 느낌이었다. 빨리 경기를 하고 싶었다. TV를 통해 5경기(와일드카드 결정전 1경기+준플레이오프 4경기)를 보며 기다렸다. 그런데 (경험이 없으니)그 기다림 동안 어떻게 준비하고 컨디션을 조절해야 할지 몰라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나성범의 첫 플레이오프 성적은 타율 0.263 19타수 5안타 1볼넷 2타점 2득점.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가 되지 못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투수’ 나성범의 147km만을 기억할지 모른다(⅓이닝 1피안타). 그는 앞으로 타격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나성범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중요한 경기에서 성적도 좋지 않았다. 바보 같았다. 후회도 많았다. (플레이오프 탈락 후)쉬면서 TV로 한국시리즈를 시청했다. 몸은 편한데 마음은 불편했다. 몸이 힘들더라도 저기(한국시리즈)에서 야구하는 게 나았을 텐데”라며 “아~힘이 부족했다.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라고 말했다.
나성범은 임창민, 이태양과 함께 야구대표팀에도 선발됐다(조대현 트레이너도). 그리고 프리미어12 우승의 순간을 함께 했다. 그가 활약할 기회는 없었다. 몇 차례 타석에 섰으나, 그의 배트는 다른 선수들 같이 뜨겁지가 않았다.
프리미어12 우승은 나성범을 일깨운 쓴 약이었다. 나성범은 “많은 걸 느꼈다. 최고의 선수들이 뽑혀 모인 곳이 대표팀이다. 난 많이 부족했다. 인정한다.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무엇보다 벤치에 계속 앉아있으니 비주전 선수들의 심정을 알게 됐다. NC에서는 잘 알지 못했던 걸. ‘기회를 얻지 못 받는 게 이런 마음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더욱 간절함이 생겼다”라고 전했다. 마인드가 바뀐 나성범은 그렇게 좀 더 성숙해졌다.
↑ 나성범은 2015 WBSC 프리미어12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부족함을 느꼈으며 이를 채워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2017 WBC 출전을 희망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나성범은 품절남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캠퍼스 커플’이었던 박은비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하와이로 신혼여행도 갔다. 새 신랑으로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으나 야구선수로서 준비시간은 부족했다. 남들은 나성범을 넘고자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출발이 다소 늦은 나성범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렸다.
나성범은 “(캠프 준비까지)시간이 촉박했다. 나름대로 조금이나마 열심히 했지만. 투산에 왔을 때 몸 상태가 최고는 아니었다. 그래서 훈련량을 늘렸다. 손바닥이 찢어지도록 배트를 휘둘렀다. 하루, 또 하루 그렇게 지내니 이제 동료들과 비슷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나성범은 물론 NC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1년 전과 다르다. 그리고 전망도 장밋빛이다.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김경문 감독은 “아직도 신생팀인데 그렇게 좋은 평가를 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했다. 나성범의 생각은 어떨까.
나성범은 1년 전의 NC와 1년 후의 NC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원)종현이형이 빠졌고 외국인선수 한 자리도 비어있었다. 물음표로 시즌을 시작했고, 외부 평가도 긍정적이지 않았다”라며 “올해는 다르다. (박)석민이형이 가세해 전력이 강화됐다. 재능 있는 신인도 열심히 잘 하고 있으며 기존 선수도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들 한 마음 한 뜻이다. 우승에 대한 꿈을 꾸고 있으며, 올해가 그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잘 한다’라는 치켜세움은 때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NC는 KBO리그 4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팀이다. 나성범은 “언제나 그렇듯 부딪혀 봐야 알 것 같다. 우리가 흘린 땀보다 다른 팀이 흘린 땀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전력을 보강한 팀도 많고 색깔을 바꾼 팀도 있다. 그래서 올해가 재미있을 것 같다. 누가 더 잘 하느냐 경쟁이니까. 물론, 마음이야 매일 이겨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다치지만 않는다면야...아, (우승후보라는 평가에 대해)부담은 전혀 없다”라고 웃었다.
NC는 물론 나성범에게도 중요한 해다. 아내의 내조 속에 치르는 첫 시즌이면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둔 시즌이다. 나성범은 “난 욕심이 많다. 먼 훗날 메이저리거가 되는 꿈도 가슴 한 구석에 품고 있다. 그 가운데 WBC는 큰 무대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에 이런 선수가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꼭 뛰고 싶다.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마음이야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 아닌가. 올해는 나나 팀이나 매우 중요한 해다. 어느 때보다도.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나성범은 지난해 말 NC 최초로 최우수선수(MVP)가 된 테임즈를 보며 부러웠다고. 시상식에서 모든 이의 주목을 받는 것만큼의 ‘보상’과 ‘간지’는 없으니까. 골든글러브 수상자였으나 그때 그는 훈련소에 있었다.
나성범은 “지난해 테임즈를 보니 참 멋있더라. 타이틀을 받고 시상대에 오르는 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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