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 이성민(26). 2013년 NC 다이노스의 우선지명을 받은 그는 kt 위즈를 거쳐 롯데에서 뛰고 있다. 3년의 짧은 시간을 고려하면, 벌써 이직을 두 차례나 했다. 그렇게 그는 늘 변화의 바람 앞에 서있었다.
이성민은 3년간 프로 통산 110경기에 출전했다. 9승 13패 4세이브 11홀드. 트레이드라는 걸 경험한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최다 출전(61)은 물론 최다 승(5), 최다 패(7), 최다 세이브(4), 최다 홀드(7), 최다 이닝(72⅔이닝), 최다 탈삼진(58), 최소 평균자책점(4.58)까지.
그런데 주목할 부분이 하나 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구원 등판(61경기)만 했다. 선발투수 전문은 아니다. 그렇지만 선발투수 경험이 없지 않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NC에서 뛰던 당시 총 8경기를 소화했다. 통산 선발투수 성적표는 2승 4패 평균자책점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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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자이언츠에서 첫 번째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이성민의 각오는 남다르다. 등번호도 26번으로 바꿨다. 사진(美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
마무리투수를 맡을 손승락을 비롯해 윤길현, 정대현, 강영식은 불펜으로 역할이 결정됐다. 그 외 투수는 모두 선발투수 자원으로 고려되고 있다. 밖에서는 고원준, 박세웅의 우위를 점치지만, 안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롯데 이적 후 선발 등판이 ‘제로’인 이성민도 유력 후보 중 하나다. 현재 선발투수와 불펜에서 두 가지 시험을 받고 있다.
엄밀히 말해 다소 꼬인 게 있다. 롯데는 불펜 자원으로 홍성민도 염두에 뒀다. 그러나 오른 어깨 관절 충돌성 손상 진단을 받고 지난달 말 캠프에서 하차했다. 전치 3개월의 진단. 하지만 재활 과정에 따라 그라운드 복귀가 늦어질 지도 모른다. 조원우 감독의 불펜 구상에 차질이 빚었다.
때문에 지난해 필승조로 활용했던 이성민을 불펜으로 돌려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조 감독은 일단 유보적인 반응이다. 조 감독은 “이성민은 선발과 불펜, 둘 다 실전을 토해 점검하려 한다. 어느 옷이 잘 어울리는지 지켜본 뒤 보직을 결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을 갖췄다면, 앞문으로 기용하겠다는 의사다.
이성민 또한 선발투수에 대한 욕심이 없지 않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그는 캠프를 치르면서 점차 투구수를 늘려갔다. 단순히 불펜만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이성민도 “선발투수와 불펜으로 모두 준비를 하는 중이다. 보직에 상관없이 내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캠프 초반 컨디션이 떨어졌던 그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성민의 불펜 피칭을 지켜 본 조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롯데는 9일 닛폰햄 파이터스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실전을 치른다. 그리고 이는 옥석 가리기이기도 하다. ‘경쟁’을 알리는 종소리인 셈이다. 누가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 가고시마의 2차 스프링캠프까지 치러야 1차적으로 걸러질 따름이다. 조 감독은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4,5선발을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이성민에게도.
다시 거꾸로 올라가자. 이성민의 프로 통산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은 4.98로 딱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았다. 8번 중 4번은 5이닝을 책임졌으며, 퀄리티스타트(QS)는 3번이었다. 한 순간 무너진 경우가 있어서 그렇지,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이성민의 각오는 누구처럼 뻔하다. 그저 최선을 다하겠단다. 그러나 그 최선을 다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지난해 롯데 이적 이후 기회가 부여됐지만 그만큼 보답하지 못했다. 때문에 2016년을 가리켜 더 잘 해야 하는 해라고 스스로 정의했다. 이성민의 목표는 두 가지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팀이 이기는 경기에 최대한 뛰고 싶다는 것. 중의적인 이야기지만, 그만큼 언제든지 불러달라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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